[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크롭 톱, 크롭 티…90년대 감성 배꼽티의 '화려한 귀환'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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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0   |  발행일 2020-07-10 제37면   |  수정 2020-07-10
서머시즌 빛 발하는 상의실종 대표 주자
1890년 벨리댄스 의상, 스포츠웨어 확장
배우·팝 스타 볼륨감 넘치는 보디·복근
건강한 섹시미 10~20대 열광, 유행 선도
에너지 가득한 그 시절의 패션으로 위로
전세계 여성이 입고 싶은 워너비 아이템
다양한 스타일 어떤 하의와도 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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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A 2020 S/S에서 선보인 폴카도트 크롭 블라우스. <출처: 자라>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가 나오기 전만 해도 복고는 지나간 먼 시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요즘 예능과 문화계를 중심으로 1990년대를 소환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90년대는 자연스럽게 우리 시대의 복고로 성큼성큼 들어와 지나간 시간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90년대는 세기말의 불안과 다가올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며 전 세계가 술렁였다. 한국은 벨 에포크(Bell epoque-아름다운 시절)라고 불릴 만큼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발전이 고루 이루어졌던 역동적인 황금기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이상이 가득 찼던 시기였다. '너무 가깝고 친밀해서 아직은 낯선 과거'라고 생각했던 90년대, 그 시절의 감성이 주목받으면서 우리 곁으로 다가온 90년대 복고 패션이 있다. 여름이면 유난히 빛을 발하는 상의실종의 대표주자 '크롭 티'가 바로 주인공인데, 크롭 티는 최근 전 세계 여성스타부터 일반여성까지 가장 입고 싶은 워너비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이효리는 추억 속의 크롭 티, 일명 배꼽티를 입고 '린다 G'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치며 90년대 복고 귀환의 팡파르를 울렸다.

크롭(Crop tee) 티는 '크롭'(crop-베어내다·잘라내다)과 상의를 뜻하는 톱(Top) 혹은 티셔츠(tee shirt)의 합성어로, 크롭 톱(Crop top) 혹은 크롭 티(Crop tee)라고 말하며 혼용해서 많이 쓴다. 우리나라에서 크롭 티가 등장한 90년대는 배꼽이 드러난다고 해서 속칭 '배꼽티'라고 불렸지만 영미권에서의 공식 명칭은 크롭 톱 이라고 한다. 크롭 티의 형태는 티셔츠 허리선 아래가 잘려서 만들다 만 듯한 짧은 상의나 티셔츠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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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XYMIX 2020 S/S에서 선보인 크롭 톱. <출처: 젝시믹스>

크롭 톱의 기원은 정확하진 않지만 1890년대 벨리 댄스의 동작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댄스의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대체로 정설인 듯하다. 1970년대에 이르러 젊은 팝 싱어나 영화배우가 대중문화 창조의 주체자로 등장하며 개성적인 크롭 톱을 자주 활용하였는데, 10~20대는 이들의 패션과 외모를 모방하며 동조하거나 그들 스스로 창조자가 되어 패션 창조와 확산에 기여하였다. 크롭 패션의 대중적 확산에 진정한 신호탄이 된 것은 1980년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에어로빅 붐의 영향이 컸다. 80년대는 스포츠 캐주얼과 과시적 패션의 유행으로 여성은 볼륨감 넘치는 보디와 탄탄한 복근을 드러내기 위해 에어로빅 운동을 하고 크롭 톱 스타일의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으로도 확장하였다. 90년대 마돈나의 계보를 이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스파이스 걸스 등도 크롭 패션을 빈번하게 입으며 영향을 이어갔다.

한국에서는 90년대 중후반 이후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에 부응하여 걸 그룹들이 테니스 스커트나 힙합팬츠에 크롭 티를 입으며 걸리시 패션을 유행시켰다. 특히 룰라의 김지현은 크롭 티를 입고 엉덩이를 때리는 춤을 추며 크롭 티의 대중적 인기에 기폭제 역할을 하였고, 2010년대 크리스탈은 크롭패션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스타일리시하고 귀여운 크롭 룩을 다수 보여주었다.

최근 크롭 티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활기 넘치던 90년대의 에너지로 위로받고자 하는 측면 외 몇 가지 요인이 있다. 21세기 들어 우리 사회는 신체의 자본화나 단순한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을 넘어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자기 몸 긍정주의'가 부상하면서 당당히 크롭 티 유행의 대열에 참여하는 여성이 많아졌다. 또한 크롭 티는 과거 서브 아이템이라는 오명을 벗고, 단독으로 입거나 독자적으로 패션성을 충분히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인정받으며 디자인이 다양해졌고, 무엇보다 요즘 트렌드 아이템인 하이웨이스트 팬츠나 스커트, 바이커 쇼츠와도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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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A의 1970년대 이미지 크롭 블라우스. <출처: 자라>

이처럼 2020년 서머 시즌으로 귀환한 크롭 티는 대략 네 가지 스타일이 유행인데 슬리브리스나 반팔 티셔츠를 툭 잘라놓은 듯한 놈 코어 스타일(Norm core Style), 애슐레저 감성의 스웨터 크롭티, 후디 크롭 티와 다소 과감한 스포티 스타일로 레퍼 제시처럼 브라 톱 스타일의 크롭 티가 건강한 섹시함을 과시하기에 좋다. 마지막으로 우아하고 여성적으로 입으려면 블라우스 스타일이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셔츠스타일 크롭 블라우스나 퍼프슬리브, 스퀘어 네크와 같은 디테일을 가미한 크롭 블라우스가 인기다. 크롭 티 스타일링의 공식은 하의로는 하이웨이스트의 배기팬츠와 스커트, 와이드 팬츠, 트렌디한 바이커 쇼트, 미니스커트 등 어떤 하의를 입어도 다 잘 어울린다. 크롭 티는 하의 안에 구겨 넣어 입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디는 슬림하고 키는 커 보이고, 섹시미는 덤으로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시즌 크롭 티에 도전하고 싶으나 노출이 부담스러워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노출과 절제의 균형'을 스타일링 팁으로 권하고 싶다. 크롭 티의 매력은 노골적으로 허리를 드러내는 것도 멋있겠지만, 섹시한 복근과 더불어 S라인으로 들어간 개미허리를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더 멋있다. 크롭 티를 하이웨이스트 팬슬스커트와 함께 매치하거나, 크롭 티 위에 라인이 잘 빠진 재킷을 걸쳐주면 적당한 노출과 격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제된 섹시미에서 프로페셔널한 아름다움도 느껴진다. 크롭 티가 없다면 일반 티를 옆으로 묶어 크롭 티처럼 연출하는 것도 경제적인 팁이다. 크롭 티가 짧다고 무시하지 말길. 유행은 짧고 스타일은 길다.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4547&cid=58794&categoryId=59125 △ 20세기 패션 히스토리 1990년대 이후의 패션(김민자)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929513&memberNo=541 △https://zine.istyle24.com/Fashion/FashionView.aspx?Idx=4225&Menu=4 △www.za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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