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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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6 14:01  |  수정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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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은 다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열 번째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세워지고,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된 2020년에도 광주에 대한 진실은 왜곡되고 폄훼되고 가려져 있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이하 사라진 4시간)은 감정적인 영역을 줄이고 오랜 시간의 조사와 증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진실을 요구한다. 5·18 당시 광주의 상황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일부 언론인과 시민들이 비밀리에 제작한 '광주비디오'가 출발점이다.

세간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광주비디오'는 총 7편. '사라진 4시간'은 그중 뉴욕 한인이 만든 '오 광주!', 영화 '택시운전사'로 잘 알려진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한 '기로에 선 한국', 힌츠페터의 영상을 재편집한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3편의 이야기를 집대성했다. 당시 이 영상들은 일본과 독일, 미국의 교민사회로 빠르게 전파됐고, 이후 다시 국내로 밀반입돼 대학가와 성당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1987년 군부독재 타도를 외친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사라진 4시간'은 광주 출신의 시사·다큐멘터리 감독 이조훈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5월 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를 하기 직전부터 4시간가량의 영상만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그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광주비디오'를 만들고 배포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40년이 지난 노년의 모습으로 등장해 직접 자신의 스토리를 재연하고, 상영회를 진행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하는 형식을 취했다. 영화의 모태가 옛날 '광주비디오'란 점에 착안해 VHS 테이프를 연상시키는 화면 질감을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했는가에 따라 변화되고 달라진 사회를 우리는 경험해왔다. 기록되고 회자되지 못한 역사는 현재는 물론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사라진 4시간'은 기존의 들끓는 공분으로 진실 규명을 외쳤던 선동의 방식이 아닌, 뉴미디어 시대 속에서 민주주의가 특정 세대 혹은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조훈 감독은 "이 다큐는 아직까지 '광주정신'을 폄훼하는 세력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진실'의 전달매체로써 또 하나의 '광주비디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장르:다큐멘터리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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