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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무더운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많은 놀라움과 슬픔, 변화와 불편함을 안긴 이 재난을 작가들은 어떻게 보고 느꼈을까. 국내 작가들이 코로나19를 소재로 쓴 시와 소설이 나란히 책으로 나왔다.
◇코로나19-기침 소리(나무와숲)
'코로나19-기침 소리'는 코로나19로 바뀐 삶의 풍경을 작가들이 각자의 작품에 담아낸 이야기를 묶은 모음집이다.
구자명 소설가의 '섬국지 연의'를 비롯해 엄현주(기침 소리), 김세연(대구에 다녀왔어요), 이하언(자·가·격·리), 임재희(립스틱), 이재은(코로나, 봄, 일시정지), 김민효(무반주 벚꽃 엔딩), 오을식(엄마의 시간), 심아진(낙차 ), 김정묘(코로나 은둔씨의 일일), 김의규(COVID-19), 이현준(개물 같은 인생), 이진훈(지하방 겨울비), 한상준(분명하지 않으나, 분명한 건), 이시백(행복한 고릴라) 등 15인의 작가들이 각자 다른 제목, 스타일로 쓴 짧은 소설을 모았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각각의 소설에 작가의 개성이 뚜렷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라는 같은 주제를 두고 작가들은 서로 다른 소설을 썼지만, 작품들에선 우리 사회의 아픔을 한조각씩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사회의 불평등과 각종 병리현상, 빈부격차 등이 코로나19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기침 소리'는 코로나19 유행 초반 환자가 급증하면서 도시 전체가 비상에 걸렸던 중국 우한을 배경으로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인 아내와 어린 딸을 남겨놓고 우한을 떠난 한국인 남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홀리데이 컬렉션'이라는 소설집을 낸 김세연 작가의 '대구에 다녀왔어요'라는 작품은 대구에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당시 서울의 한 대학강사가 고향 대구에 갔다가 겪는 일들과 심리변화를 그려냈다.
'립스틱'이란 작품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정신이 없는 통에 마스크를 안쓰고 전철을 탄 70대 박도식씨의 이야기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서글픈 신세는 더 서글프게 만드는 코로나19의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박씨의 상황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섬국지 연의'는 독특한 배경과 줄거리를 갖고 있다.
과거 범지역적으로 전례없는 역병이 창궐하자 세 나라 조정에서는 각기 실험단을 꾸려 전설의 약초가 자란다는 섬에 보내게 된다.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보낸 세 젊은이 궁, 검, 창, 그리고 염장이 노인이 겪는 기묘한 이야기가 꿈인 듯 생시인 듯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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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의 시간(생각을나누는나무)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은/ 마스크가 아니다/ 약국 앞의 긴 줄이 아니다/ 작은 벌레들의 느린 몸짓과 새들의 노래와 순한 바람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내미는 공영과 연대의 악수이다/ 아, 깨끗한 햇살과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이 재앙을 교훈으로 삼지 않는다면/ 얼굴 없이 침묵하며 불안한 눈동자만 굴리며 살게 될 것이다"(김수상 시 '노랗다' 중)
이 시에서 시인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인간과 바이러스, 지구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반성한다. 또 "대구는 가장 많이 아팠으므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기억한다.
코로나19를 가장 가까이에서 겪은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들이 쓴 시와 산문을 모은 책이다. '문학으로 치유하는 코로나19'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은 대구경북 51명의 시인과 작가들이 코로나19와 싸운 시민과 의료진을 위해 글로 '마스크의 시간'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이하석, 배창환, 김용락, 피재현, 김수상, 황정혜 등 시인들이 쓴 42편의 시와 정지창, 윤일현, 김인기, 신기훈 등 시인과 작가들이 쓴 9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작가들은 '호환마마' '전장에 선 당신에게' '침묵 속에 피는 꽃' '코로나19 실록' '코로나시대의 연애' '중소기업 김덕출 사장' '격리의 시간을 보내며' 등 다양한 제목으로 코로나19가 찾아온 뒤 당황스럽고도 아팠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대구경북작가회의 김은령 지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생각지않게 오래 지속돼 끝을 알 수 없다. 코로나로 고생한 의료진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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