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오한과 함께 물집 생기면 대상포진 의심해야

  • 강승규
  • |
  • 입력 2020-07-28 07:48  |  수정 2020-07-28 07:50  |  발행일 2020-07-28 제17면
■ 대상포진 원인·증상·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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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모(47)씨는 최근 심한 통증 탓에 직장을 쉬고 있다. 처음엔 발열과 오한이 나타나면서 감기를 의심했다. 하지만 병원 진단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실제로 며칠 뒤 피부 발진이 옆구리 부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연일 지속되는 장마로 인해 기온 변화가 크면서 면역력 저하에 따른 질병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띠 모양의 발진'이라는 뜻으로 보통 소아기에 감염된 수두바이러스가 신경뿌리에 잠복해 있다가 과로나 심한 스트레스, 면역기능 저하 등의 이유로 다시 활성화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건강한 젊은 사람에서도 발병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평소 면역력 관리가 중요하다.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피부절에 장기간 숨어있다가
면역 저하 등 원인으로 발병
당뇨 등 만성질환자 특히 조심

발진 생기기 4~5일 전부터
통증·감각이상 등 나타날 수도

발진 시작한 지 72시간 이후엔
항바이러스제 효과가 떨어져
조기 치료때 합병증 위험 줄여

◆참기 힘든 대상포진

대상포진 원인이 되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수두를 겪은 사람의 신경절에 일생 동안 잠복한다. 일반적으로 수두를 앓았던 시기에 가장 높은 밀도의 발진이 있었던 피부절에서 장기간 무증상으로 숨어있다 면역저하, 감정적 스트레스, 종양, 외상 등의 원인에 의해 세포면역체계의 변화가 생기면 재활성화된다. 그러면서 염증과 신경괴사를 일으키고 신경을 따라 피부에 특징적인 발진과 물집을 형성하게 된다. 고령, 암, AIDS, 항암·방사선 치료, 면역억제제 사용,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복용, 자가면역질환(전신홍반성루푸스, 류머티즘성관절염 등), 천식·당뇨·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의 만성질환이 주요한 위험 요인이다.

◆증상과 경과

신경대를 따라 피부의 특정 부위에 발진이 발생한다. 발진 발생 평균 4~5일 전부터 통증, 압통, 감각이상, 과감각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피부 발진은 특징적으로 침범한 신경을 따라 편측으로 띠 모양의 홍반 구진과 반점으로 나타나고, 발진 발생 24시간 내 물집을 형성한다. 발진은 평균적으로 3주 정도 지속되며 통증이 동반된다. 통증 정도는 피부 병변의 중등도와 비례한다. 보통은 고령의 환자가 더 심한 통증을 느끼고, 지속시간도 길다. 피부 병변이 좋아진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은 대상포진 환자의 3명 중 1명이 겪는 합병증이다. 50세 이하의 환자에서는 발생이 드물지만 60세 이상의 환자에서는 절반 정도의 환자가 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다. 50%의 환자가 3개월 내에 호전을 보이지만, 20~30%의 환자에서는 1년 이상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바이러스가 잠복한 상태로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특정 여건에서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이 재발할 수 있다.

◆치료

고령이나 면역저하자의 경우 바이러스 확산 및 이차세균감염 억제, 통증의 억제, 포진 후 신경통 등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 발진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급성 통증의 기간과 포진 후 신경통 발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50세 이하의 면역적격자는 항바이러스제 치료의 필요성이 적고, 발진 시작 72시간 이후에는 항바이러스제 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의 선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별화돼야 한다.

◆예방

감정적 스트레스와 피로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 특이 세포면역의 저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영양섭취, 정신적인 안정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약독화 생백신(Live attenuated zoster vaccine)인 조스타박스(Zostavax, Merck Sharp & Dohme Corporation, USA)와 스카이조스터(Sky zoster, SK Chemicals Co, Korea)이다. 미국과 유럽의 임상연구 결과 대상포진을 앓은 적이 없는 60세 이상에서 1회 접종 시 51%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60~69세의 경우 64%, 70세 이상의 경우 38%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50~59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70%의 예방효과를 보인 것으로 볼 때 가능하면 일찍 예방접종을 하면 효과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접종 후 7~10년 후 면역유지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대상포진 발생의 주요 연령층을 고려해 한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60세 이상에서의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상포진을 앓은 후에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최소 6~12개월) 접종을 하면 재발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며, 예방 접종 후 추가 접종(booster)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권고되고 있지 않다.

재조합 아단위 항원보강 백신(Subunit adjuvanted zoster vaccine recombinant)인 싱그릭스(Shingrix, GlaxoSmithKline, USA)는 2017년 10월 미국에서 승인돼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50세 이상의 성인에서 90%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며, 면역 유지 효과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백신이기 때문에 충분한 면역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2~6개월 간격으로 2회의 접종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우월한 효과로 인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예방접종자문위원회에서는 2018년 1월부터 대상포진 예방접종 시 싱그릭스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 허가되어 출시된다면 대상포진 예방에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도움말=경북대병원 김아솔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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