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부끄러운 언론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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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3   |  발행일 2020-08-03 제26면   |  수정 2020-08-03
40개국중 한국 언론신뢰도
4년 연속 꼴찌서 못벗어나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 통한
인격살인 더이상 해선 안돼
법 통해서 제자리 찾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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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 대구대 교수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다. 근대 이후 많은 사상가와 사회운동가들이 피 흘려 쟁취한 절대 가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언론을 보면 착잡하기가 그지없다. 스스로 권력이 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정론직필보다 곡학아세에 더 가깝다. 받아쓰기, 짜깁기, 가짜뉴스, 선동 등이 넘쳐난다. 특정 정당의 기관지라 해야 할 정도로 당파성도 도를 넘었다.

유튜브 등 유사 언론만이 아니다. 역사와 실력을 자랑한다는 신문과 방송들도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 7월은 언론과 관련해 부끄러운 사건들이 줄줄이 터진 한 달이었다. 몇 개만 보자.

지난달 17일의 일이었다. 보수 유튜버 우종창씨가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국 교수를 '허위사실로 명예훼손'해서였다. '피고인은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사실확인 과정조차 수행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방송했다.'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그는 과거 주간조선과 월간조선 기자였다.

같은 날 밤이었다. 채널A의 이동재 전 기자도 구속됐다. 여권의 유력인사 비리를 캐기 위해 감옥에 갇혀 있던 기업인을 협박해서였다. 검찰을 들먹이며 협조하지 않으면 더 큰 벌을 받게 될 것이고, 심지어 가족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수사 중이지만 사실이면 타락의 끝판이다.

같은 날 오전 7시경이었다. 조선일보 기자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방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책상 위의 문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되었고, 며칠 뒤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보도조차 하지 않고 덮었다. 그로부터 열흘쯤 전에는 한 전직 기자 유튜버가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년 전 JTBC 손석희 사장을 공갈 협박한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낯 뜨거운 일은 또 있다. 7월 내내 조국 교수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작년의 보도 기사 상당수가 허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조국 교수는 악의적으로 거짓 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민사소송도 준비한다고 했다. 당시의 허위 기사와 영상들이 줄줄이 삭제되고 있다. 삭제된 기사는 무려 7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정정 보도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엔 정의연 기사들까지 더해졌다.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0개국 중 꼴찌였다. 국민의 21%만 언론을 신뢰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꼴찌 기록은 올해로 4년 연속이었다. 타락한 언론과 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미 구조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왜곡 보도를 통한 인격살인을 멈춰 세워야 한다. 정파적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론장을 심각하게 오염시켜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언론자유는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해도 좋은 자유가 아니다. 언론이 정파적 목적과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수단이어서도 안 된다. 누구라도 책임 없이 자유와 권리를 요구할 수 없다.

지금 21대 국회에는 '언론사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법률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한 언론사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위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는 국민이 81%였다. 국민은 더 이상 언론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언론이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이 맞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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