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취미로서의 글쓰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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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6   |  발행일 2020-08-06 제26면   |  수정 2020-08-06
코로나 탓 '집캉스' 계획땐
글쓰기를 취미로 가져볼만
다른 누군가를 의식안해야
평가받는 글쓰기 부담 없애
자신에 대한 글부터 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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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8월 첫째 주, 일년을 손꼽아 기다린 여름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올해 여름휴가는 코로나19로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해외여행은 생각조차 할 수 없고 국내여행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캠핑, 등산, 골프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취미 활동이 유행이라지만,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에 여름휴가를 오롯이 집 안에서만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여름휴가를 '집캉스'로 계획 중이라면 글쓰기라는 취미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책읽기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은 종종 볼 수 있지만, 글쓰기가 취미인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필자가 만난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글쓰기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할 때 필자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막막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교수가 설명하는 글쓰기의 과정, 좋은 문단 쓰는 법 등의 글쓰기 이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막막하고 두려운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할 때 '평가 받는 글쓰기'가 주는 부담감이 큰 요인인 것 같다. 어찌 보면 글쓰기는 늘 평가의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인 일기를 매일 담임 선생님께 평가받았다. 검사가 끝난 일기장을 확인할 때면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혀 있기를 내심 기대하곤 했다.

중학생이 된 후로 학교에서 쓰는 대부분의 글은 'A·B·C'와 같은 점수가 매겨지는데,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A'가 절실했고 이 절실함은 '참 잘했어요'를 기대하던 초등학교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부담감을 안겨줬다. 대학에 와서도 사회에 진출해서도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 글에 대한 평가가 나에 대한 평가가 되면서 어느새 글은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처음 필자가 말한 '취미로서의 글쓰기'는 '평가받는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업의 성격을 띠며 평가의 대상이 되는 글쓰기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글이라는 도구로 풀어내는, 놀이 같기도 하고 자기 고백 같기도 한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평가받는 글쓰기'에 익숙해져 버린 이상 '취미로서의 글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 주어진 조건과 지시 사항에 따라 글을 써 왔기 때문에 그러한 글쓰기 상황이 주어지지 않으면 스스로 글쓰기 대상을 찾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이때 추천하는 하나의 방법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써 보는 것이다. 나의 인생 연보를 작성하여 시기별로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정리해 본다든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봄으로써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글감도 찾을 수 있다. 나에 대한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에 대한 글쓰기, 사회 문제에 대한 글쓰기 등으로 확장해 보는 것도 좋다. '취미로서의 글쓰기'는 어쩌면 말보다 더 자유롭고 깊게 나에 대해, 타인에 대해, 우리 사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코로나19 시대, 이번 여름휴가는 집에서도 완벽히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인 글쓰기를 추천한다.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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