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가기 딱 좋은 청정 1번지 영양] (2) 수하계곡과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 류혜숙
  • |
  • 입력 2020-08-06   |  발행일 2020-08-06 제12면   |  수정 2020-11-27
밤하늘엔 은하수·땅에는 반딧불이…아는 사람만 아는 '힐링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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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계곡은 청정 영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다. 천변의 벼랑 위에는 솔숲이 무성하고 차디찬 물은 얼음처럼 투명해 물속이 훤히 보인다.

"여긴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에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저도 모르게 가슴을 활짝 편다. 물도, 하늘도, 숲도, 공기도 투명한 이곳, 경북 영양의 수하계곡이다. 꺽지와 수달이 살고, 은어떼가 물길을 거슬러 온다. 반딧불이가 이슬을 먹고 빛을 내며, 고대인들이 이름 지은 별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빛난다. 그래서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마음까지 스미는 맑음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쏟아지는 벅찬 고요함에 돌연한 전율을 맞는다. 그렇게 낮과 밤의 꽉 찬 기쁨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이의 가슴에는 자랑스러움이 솟는다.

#1. 수하계곡

영양 수비면 오기리 개실곡에서 장수포천이 시작된다. 구불구불 북동쪽으로 향하던 물길은 경북 울진 왕피리에서 왕피천과 합류해 동해바다로 흘러간다. 장수포천이 울진을 적시기 직전, '금주머니가 바위벽에 걸린 모습'이라는 수하리가 있다. 태백산맥 남쪽의 일월산, 울련산, 금장산 등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의 땅. 그 가운데 '물 깊은 마을'이라는 수하 2리 '지푸내(혹은 深川)'에서부터 오동나무 무성한 수하 3리 '오무'마을까지 약 20㎞의 물길을 '수하계곡'이라 한다.

이끼 하나 없는 계곡물이다. 차디찬 물은 얼음처럼 투명해 물속이 훤히 보인다. 하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소(沼)와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이 윤슬에 몸을 뒤척인다. 기암들은 물 밖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고 반짝이는 모래톱과 부드러운 자갈밭은 가까운 뭍으로 가 누웠다. 천변의 벼랑 위에는 솔숲이 무성하다. 울창한 숲의 내음은 치열한 햇빛을 뚫고 뛰어내려 계곡에 퍼진다. 이 모든 것들이 순수의 기운으로 가득한 드높은 산들에 푹 파묻혀 있다. 산들과 하늘의 고요 사이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수하계곡
수달·은어떼 노니는 20㎞ 물길
물 맑고 깊지 않아 즐기기에 최적
국내 최대의 반딧불이 서식지
계곡 초입 생태숲·생태공원 조성


계곡의 폭은 넓은 편이다. 깊이는 성인의 종아리에서 허리 정도여서 두려움 없이 물을 즐기기에 좋다. 긴 계곡의 어디든 자리 잡은 그곳이 최적의 장소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곳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좋다'라거나 '너무 좋다'라는 단어의 부족함을 깨달은 이의 담담함으로 다만 마음에 담는다. 간혹 보이는 낚시꾼들은 꺽지를 잡는 중이다. 여름이면 은어떼가 동해에서 왕피천을 따라 올라와 펄떡인다. 밤이면 수달이 그 매끄러운 몸매를 드러내고, 하늘에는 은하수가 땅 위에는 반딧불이가 빛난다. 수하계곡은 국내 최대의 반딧불이 서식지이며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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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는 반딧불이와 별을 함께 볼 수 있는 '반딧불이 천문대'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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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1층 전시관.

#2.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수하계곡에는 반딧불이가 산다. 반딧불이의 다른 이름은 개똥벌레. 아주 흔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지만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귀한 빛이다. 그래서 반딧불이가 산다는 것은 가장 깨끗하고 맑은 땅이라는 의미다.

반딧불이는 거의 1년을 유충으로 살다가 불과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만 성충으로 산다. 그 기간 이슬을 먹고, 빛을 내며 교미를 하고, 포근한 이끼 위에 알을 낳고 죽는다. 그래서 여름밤 한때만 열심히 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수하계곡 초입에 반딧불이 생태숲과 생태공원이 자리한다. 언덕 위로 꽤 넓은 공간에 꾸며놓은 생태숲에는 수생식물 관찰장, 음지식물원, 반딧불이 광장, 숲속 광장, 하늘광장, 솔바람 전망대 등이 조성되어 있다. 반딧불이는 해가 진 이후에야 만날 수 있지만 여름 한낮의 산책도 청량히 즐기기 좋은 숲이다. 생기로운 수목들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새들은 어찌나 많은지 지저귐이 멈추지 않는다.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빛 공해 사라진 밤하늘 '별천지'
IDA 2015년 아시아 최초 선정
천문대·별생태체험관도 볼거리



이 깨끗하고 맑은 땅 위에 깜깜하고 투명한 하늘이 있다. 뛰어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은하수와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별똥별의 하늘이다. 국제밤하늘협회(IDA)라는 근사한 이름의 단체가 있다. 그들은 별빛 밝은 밤하늘을 가진 지역을 선정하고 공원으로 지정해 보호를 독려하는 동화 같은 일을 한다. 밤하늘의 품질에 따라 골드·실버·브론즈 등으로 등급을 나눠 평가하는데, 골드 등급은 환경오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곳, 실버 등급은 빛 공해가 심하지 않아 육안으로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이다. 2007년 미국의 내추럴 브리지스 국립 천연기념물이 보호공원으로 처음 지정된 이후 세계 30개 지역 이상이 국제밤하늘보호공원(IDS PARK)으로 채택됐다. 영양의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는 2015년 10월에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선정되었다. 실버 등급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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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태체험관에서는 수하계곡 일대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의 다양한 모습과 별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등을 볼 수 있다. 별 생태체험관 1층 전시실(위쪽)과 2층 은하수여행관.

반딧불이 생태숲 맞은편에는 반딧불이 천문대와 별 생태체험관이 있다. 반딧불이와 별을 함께 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천문대에서는 주간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찰할 수 있고 야간에는 행성과 성운, 성단과 은하, 그리고 달을 관측할 수 있다. 태양계와 은하계를 배울 수 있는 전시실도 있고, 돔 스크린을 갖춘 천체 투영실에서는 별과 어둠에 관한 영상도 볼 수 있다. 별 생태체험관에서는 수하계곡 일대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에 대해 가르쳐 준다. 사슴벌레와 반딧불이를 실제로 볼 수도 있다. 별밤 극장에서 별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미디어 플로어에서는 운석이 날아오는 화성 표면을 걷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도시의 밤하늘에는 왜 별들이 드문지, 빛의 공해가 어떻게 별들을 사라지게 하는지도 알게 된다.

밤이 되면 이곳의 모든 조명들은 낮게 땅을 비춘다. 최소한의 가로등에 조도도 현저히 낮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꺼진다. 그러면 모두 하늘을 바라본다. 계곡의 모래톱에서 야영하던 이도, 캠핑장의 데크에 비스듬히 누운 이도, 펜션의 테라스에 선 이도 모두 하늘을 바라본다. 천문대 관측실의 돔 지붕이 '기잉~' 열리며 하늘이 펼쳐진다. 북두칠성, 북극성, 견우와 직녀성이 빛나고 은하수가 흐른다. 전갈자리, 물병자리 별이 떠오른 후 밝은 별 하나가 뒤따른다. 목성이다. 별똥별이 떨어진다. 비행기가 별들 사이를 반짝이며 지나간다. 천천히 움직이는 빛은 인공위성이다. 탄성이 터진다. "별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빛의 공해가 별빛을 지웠을 뿐." 헬 수 없는 별밤을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단다. 그리고 늘 그리워하게 된단다. 때로 별빛에 알 길 없는 눈물이 나도 주책이라 여길 것 없다. 인간은 모두 별의 아이들이니까.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 요란하고 계곡물 소리 장장하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누리집. 향토문화전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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