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의 심정으로 쓴 수천장의 반야심경 線의 실타래 되었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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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8   |  발행일 2020-09-08 제20면   |  수정 2020-09-08
원로작가 차계남展 을갤러리
영속적 시간흐름 속 찰나 담아
"먹고 잠잘 때 빼고 종일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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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가 차계남이 '선(禪) 한 선(線)'을 주제로 10월10일까지 을 갤러리(대구시 남구 이천로134)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차규선, 정은주 작가와 함께 대구미술관이 주최하는 2021 '다티스트(DArtist)-대구작가시리즈'에 선정된 그는 이번 전시에서 반야심경을 쓰고 사군자를 친 수천 장의 한지를 1㎝ 간격으로 자른 다음 실에 꼬아 흑백 무늬를 품은 실타래로 만들어 다시 점과 선으로 치환시켰다.

이번 전시는 내년 대구미술관에서의 전시를 앞둔 프리뷰 형식이다. 기존 '크고 검은 화면을 채우는 작가'와 '섬유예술가'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선(線)' 자체에 주목함으로써 새로운 작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약 20년 전 수행의 한 방편으로 서예와 사군자를 배웠어요. 이번 작품은 그것을 활용한 겁니다. 매일 일찍 일어나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실을 꼬아 만들고 화면에 반복해 붙였는데, 몸과 정신으로 하는 고행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나는 할 줄 아는 게 이것 만드는 것밖에 없어요."

그에게 있어 '선(線)'은 불교적인 '선(禪)'과 맞닿아 있다. 섬유 대신 한지에 먹으로 쓴 글이 해체돼 드러나는 점과 선은 작가에게 무한하게 반복되는 시간의 여정이다. 그건 시간을 잘라낸 순간이 아니라 영속적 시간의 흐름 속에 맥락이 닿아있는 그의 삶 속 찰나일 수도 있다.

작가의 헤어스타일과 작품들은 교묘하게도 닮았다.

그는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면서 그런가 봐요(웃음).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동료 작가들이 저를 '누와샤'라고 불렀어요. 프랑스어로 누와는 '검다'는 뜻이고 샤는 '고양이'란 의미예요. 싫지는 않았어요. 저는 블랙이 죽음보다 포용·흡수란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흰색에서 옅은 회색, 옅은 검정, 진한 먹색 등 다양한 무채색들이 수렴되면서 다채롭게 결합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한편, 차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관 아트뱅크, 부산시립미술관, 일본 시가현립근대미술관·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 헝가리 사비리아미술관, 미국 필립스대학 등지에 소장돼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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