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일부 닫고 차단 피한 디지털 교도소...'사적 제재' 논란은 여전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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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5 17:29  |  수정 2020-09-15 17:34  |  발행일 2020-09-19 제6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강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의 페이지를 일부 닫기로 했지만, 이 사이트의 '사적 제재'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수사 권한이 없는 자가 자의적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를 지속해도 되느냐'다. 아무리 성범죄자를 일벌백계하자는 선의에서 시작된 행위라고 해도 수단과 방법이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국가 대신 개인이 징벌권을 행사해도 되느냐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개인이 아닌 관계기관은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경우 확정 판결 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때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때 등의 요건이 모두 갖춰졌을 때 공개할 수 있다. 검찰은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의결을 해야 한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성범죄자 신원을 알려주는 신상정보 등록제도의 경우,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에 나온 신상정보를 열람하는 건 가능하지만,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디지털교도소의 성범죄자 신상 공개는 법적 분쟁 여지도 많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없거나 수사 중 혹은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공개된 신상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형벌에 준하며, 개인이 일종의 '법 집행'을 한다는 부분도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천주현 변호사는 "이들은 범죄 예방적 차원에서의 활동이라며 공익을 표방하겠지만, 방식이 과도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명예훼손 혹은 허위 명예훼손은 충분히 될 수 있고,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등의 경우라면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위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디지털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개인에 의해 피혐의자가 응징을 당하는 사적 제재는 당장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도 않은 임의적인 정보를 유포한다면 그로 인한 충격을 받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라며 "공적 기관에서 신상정보 등 공개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서 하는 만큼 자의적으로 나서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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