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손가락 화상 "화상 땐 즉시 흐르는 찬물로 10~15분 열 식혀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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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6 08:10  |  수정 2020-10-06 08:18  |  발행일 2020-10-06 제17면
열 내린다고 얼음 접촉시키면 피부손상 심해져
술·감자·바셀린 등도 추가손상 유발 '절대금지'
연고 바르고 마사지로 관리…6개월 후부터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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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병원 최진희 과장

추석이 지난 후 가족을 위해 음식을 했던 주부들은 음식을 만들다 보면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음식을 했던 손에 주로 화상을 입는데 손 화상은 화상 환자 중 29%를 차지할 정도로 잦다.

손가락이나 손은 우리 몸에서 단위 면적당 관절이 가장 많고 섬세한 운동을 하는 곳으로 물건을 쥐거나 잡고 쓰기, 식사, 작업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행동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에 화상 당시부터 전문적인 치료로 손의 장애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화상의 초창기 치료와 수술은 추후 손의 기능회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다양한 종류의 피부이식술, 조직전이술, 필요한 경우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 인공 피부 등의 사용에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성형외과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처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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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시 응급치료 방법은

화상의 종류는 주로 불에 의한 화상(화염화상), 전기화상, 열탕화상(커피포트·밥솥), 화학화상, 방사선화상 등이다. 이 중에서 화염화상, 전기화상, 열탕화상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화상 정도는 그 깊이에 따라 분류를 하는데 피부 표피층만 화상을 입게 되는 1도 화상, 표피와 진피 일부가 화상을 입는 2도 화상, 진피의 전층이 손상을 입은 3도 화상으로 나눌 수 있다.

화상 응급 치료는 화상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열탕화상이나 화염화상의 경우 화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조치하는 게 첫 번째다. 이후 2분 이내에 흐르는 차가운 물로 10~15분 정도 식혀준다. 이때 얼음으로 열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대 금물이다. 얼음이 직접 피부에 접촉하면 피부 손상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아의 경우 화상 범위가 넓어 차가운 물에 오래 있다 보면 저체온증이 유발될 수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유의해야 한다. 그다음은 화상 부위를 건조시키고 멸균 거즈나 화상 거즈로 덮어 열의 손실을 막고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후 환자의 열압, 맥박, 호흡수, 체온 등 활력징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수부 화상 환자의 경우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수부외과 세부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야 한다. 이때 환부에 술이나 감자, 바셀린 연고, 돼지 껍데기 등을 화상 부위에 사용하면 감염이나 추가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절대 피해야 한다.

전기나 번개에 의한 화상을 입었다면 우선 감전원으로 공급되는 전원을 차단해 환자를 감전원으로부터 떼어내야 한다. 이때 구조하는 사람도 감전이 될 수 있는 만큼 절연 물체를 이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전기 화상을 입으면 다른 화상과 동일한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 되고 고압전기 화상의 경우 다른 치료 방법으로 화상 치료를 하게 된다.

화학물질로 인한 화상은 화학물질이 묻어 있는 환자 옷이나 장식물을 즉시 제거해야 한다. 특히 산성물질의 경우 20~30분 이상, 알칼리성 물질의 경우 1시간 이상 현장에서 세척해야 한다.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중화제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만약 눈에 화학물질이 들어간 경우에는 초기에 다량의 흐르는 물로 씻어줘야 하는데, 화학물질이 들어간 눈이 아래쪽을 향하게 해서 씻어야 다른 쪽 눈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다량의 화학물질에 노출된 경우는 피부 화상뿐만 아니라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신체 내부로 흡수돼 전해질 불균형이나 호흡계, 심혈관계, 신장 및 간 등 내부 장기에 독성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119구급대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응급조치 이후 치료는 어떻게

화상을 입으면 습윤드레싱, 피부각질세포 치료제,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흉터와 구축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화상을 입으면 반드시 구축(상처 부위가 주위 피부 조직을 당기면서 관절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상태)을 염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구축이 오는 것은 아니다. 화상이 다른 상처보다 흉터나 구축이 잘 생기는 것이 맞지만 무조건 흉터나 구축이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만약 화상으로 구축이 오게 되면 구축 이완술로 구축을 풀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구축 위치나 부위에 따라 Z성형술, 국소피판술, 피부이식술, 유리피판이식술을 시행, 구축을 풀어주게 된다. 이후 꾸준히 흉터 관리와 화상 재활 치료를 병행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생긴 화상흉터의 경우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의 전층이나 진피층 일부가 창상치유 과정을 거치면서 섬유모세포로부터 분비된 교원질의 생성 및 성숙과 더불어 피부색소의 변형을 통한 부산물로 구축이 올 수도 있다. 또 광범위한 부위에 걸친 흉 조직의 형성으로 색소 침착, 탈색, 불규칙한 표면과 주변 조직의 구축 및 변형을 유발시킬 수 있다.

화상에 따른 피부 흉터는 당장 급하게 무너진 벽에 시멘트로 메우는 방식으로 보면 된다. 그런 탓에 다치기 전의 피부와 성질이 변하게 되고, 이때 피부가 딱딱하고, 뭉치고, 튀어오르고, 벌겋고, 건조하고, 가렵고, 아프기도 한다. 보통의 흉터는 2~3개월까지 제일 심하게 올라오고, 이후 서서히 줄어들고 부드러워지면서 6개월 이후부터 많이 좋아진다.

그러나 흉터 반응이 더 심해지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오히려 더 튀어나는 흉터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을 비후성 반흔이라고 한다. 보통 집에서 할 수 있는 흉터 관리는 병원에서 처방해준 흉터 연고를 꾸준히 바르면서 마사지와 스트레칭, 압박 요법(압박 옷·코반 테이핑)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흉터 구축 예방을 위해 깁스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최진희 과장(성형외과 전문의·수부외과세부전문의)은 "화상 흉터와 구축 예방을 위해서는 화상 치료 단계부터 중요하고, 다양한 흉터 관리법, 화상 재활, 보조기 등으로 흉터 구축을 예방할 수 있다. 또 구축이 이미 발생했더라도 수술적 처치로 회복될 수 있다"면서 "어린아이는 반흔 구축으로 인한 관절부위의 기능장애·성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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