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편(一師一便)] 일회용품과 거리두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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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6 07:58  |  수정 2020-10-26 08:06  |  발행일 2020-10-26 제12면

초등학교 2학년 때 탈 만들기 준비물을 가져가야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해진 옷 조각과 집에 있던 골판지 상자를 챙겨주셨습니다. 새하얀 일회용 접시에 눈, 코, 입 구멍을 내고 알록달록 색종이를 붙이고 싶었건만 재활용 상자와 천으로 탈을 만들었습니다. 부끄러워하던 저에게 담임 선생님께서 다가와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고 크게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 칭찬에 수줍어하던 어린이가 어느덧 중학교 국어 교사가 되었습니다. 몇 주 전 종례 시간에 일회용품 줄이기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가정통신문 속에는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안이 정리돼 있었습니다. 그 종이를 한 번 읽고 버리기 아까워 가정통신문에 일주일 동안 자신이 실천한 항목에 동그라미를 해보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하는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손을 씻은 후 티슈 대신 손수건으로 닦기' '물건을 살 때 비닐봉지에 담는 대신 장바구니에 담아오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이 놀랍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자세를 고쳐 앉고 저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진지했습니다.

제 말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생활을 반성했습니다. 일회용품을 안 썼던 사례를 소개하기는 했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을 평소 많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비닐장갑, 지퍼백, 물티슈 등을 수시로 써야 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써야 할 때가 아직 많지만, 조금이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손수건·장바구니를 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수업 자료를 마련할 때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신중하게 알아볼 것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일회용품 쓰레기와도 헤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려 합니다. 이렇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다 보면 다음에 학생들과 환경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때는 부끄러운 마음도 줄어들어 있겠지요.

송보아 <대구 대서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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