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새마을금고 대주단 '다인 오피스텔 사태' 키웠나…금고 측 대출 때 '공정률 뻥튀기' 알았을 가능성 커

  • 서정혁,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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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9 07:20  |  수정 2020-10-29 07:45  |  발행일 2020-10-29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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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구 중구 하서동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 공사 현장. 지난해 4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시공사 자금난 등의 문제로 완공이 지연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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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하서동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 오피스텔의 완공이 지연되면서 피분양자들의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주단(貸主團)인 대구지역 10여 개 새마을금고의 제대로 된 공정률 검증 없는 대출 진행이 피해를 키웠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확실한 공정률에도 새마을금고 무슨 근거로 대출 집행했나

새마을금고 대주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확한 확인 절차 없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출금을 집행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다인건설 측에서 제공한 부풀려진 공정률을 근거로 대출을 집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천억 원대의 대출을 집행한 근거가 된 공정률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공정률이 5%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이번처럼 큰 폭의 차이가 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것.

공사가 중단된 2019년 초 감리단이 시행사에 발급한 공정확인서상 해당 건출물의 공정률은 83.6%였다. 공정확인서 세부항목을 보면 토목·설비는 완료됐고, 건축·전기 역시 달성률이 95%를 넘는다. 새마을금고는 이 공정률을 믿고 201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현재는 피분양자들의 큰 빚이 된 '중도금 대출'을 시행했다.


묻지마 대출 정황
대주단·시행사·시공사 약정서
철근콘크리트 공사 완료되면
피분양자 잔금 범위 대출 담겨

주택금융公 표준공정 기준 상
철근콘크리트 골조 미완료땐
공정률 60% 정도로 보고있어



그러나 올해 시행사가 공사재개 계획 현황으로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공정률은 71%로 명시돼 있으며, 공사 기간 역시 10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간 공사가 멈춰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정률이 12%나 낮아진 것이다. 현재도 해당 건축물의 외부마감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내부마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관할 구청인 중구청이 파악한 공정률은 이보다 더 낮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확보한 구청 내부 보고서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의 공정률은 65%다.

◆시행사·시공사·새마을금고 모두 이미 알고 있었나

더 큰 문제는 취재 결과 시행사와 시공사뿐 아니라 대주단인 새마을금고까지 현장 시공률 자체가 공정확인서보다 낮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7월30일 공사를 재개하면서 대주단과 시행사·시공사가 동의한 약정서의 7항을 보면 '철근콘크리트 공사가 완료되면 갑·을·병은 수분양자를 설득해 수분양자들이 잔금 범위 내에서 병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현장 공사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아직까지 철근콘크리트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뜻을 의미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표준공정' 기준상 철근 콘크리트 골조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공정률은 60% 정도로 본다. 즉 대주단과 시행사·시공사 모두 공정률이 60%대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대주단인 새마을금고는 다인건설 측이 제시한 공정률(83.6%) 보고서만 믿고 허술하게 대출을 진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 주장
시행사 대표=시공사 상무이사
건설현장 일반적 상황과 달라
금고측 사전 확인책임 못면해

업계 진단
돈 빨리 받아내려는 속임수에
최소한 검증도 없이 대출 내줘


따라서 시행사의 요청에 의해 공정확인서를 작성한 감리단(A업체)의 확인서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불과 1년 만에 감리단이 제시한 공정률(83.6%)이 71%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장이 멈춰섰다고 하더라도 건물 일부가 내려앉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는 "시공사의 상무이사가 시행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공사 현장은 시행사가 돈을 주면 시공사가 공사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 현장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시행사가 명확한 공정률을 확인하기 위해 독립된 제3감리업체에 감독을 하라고 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를 은행과 신탁이 신뢰를 한다. 하지만 무슨 과정인지 알 수 없지만 과(過)공정으로 공정률은 발표됐고, 새마을금고 역시 이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 시공사의 상무이사가 시행사의 대표인 것만 의심하고 점검했다면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새마을금고는 공정률에 따른 대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상적으로 건설 현장에 대한 대출금은 현장 확인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30% 공정률이면 2차 중도금이 지급되고, 60%가 넘으면 3차 중도금 대출이 집행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번 현장의 경우 새마을금고는 60%에 불과한 현장에 4차에 걸쳐 모든 중도금 대출을 진행했다. 새마을금고 대주단에서 현장을 확인한 후 표준공정 기준만 살펴봤거나 감리단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꼼꼼하게 파악했다면 분양자들의 빚이 지금보다 절반 이상은 줄어들 수 있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공정 진행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결과라는 점을 지적한다. 현행법상 월간 공정실적이 10% 이상 지연되거나 누계공정 실적이 5% 이상 지연될 때는 부진 사유를 분석, 만회 대책 및 계획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보고 받고도 대출을 집행했다면 책임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 돈을 빨리 받아내기 위한 눈속임이고 여기에 대주단은 도장만 찍어준 꼴"이라며 "공정 확인은 전문적인 분야라 서류를 근거로 삼는 것이 합당한 방법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이렇게 많은 돈을 내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대위는 공사 진행 현황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공사 현장에 적산(공사비를 예측하는 작업) 임시 사무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률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받지 못해 별도로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비대위 역시 해당 현장의 공정률이 당초 시행사가 제시한 80%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공정별로 단가 계산을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지하 7층의 공사가 마무리되면 어느 정도 공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골조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80%는 과도하게 책정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률만 가지고 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과정을 밝혀야 할 필요는 있다.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 중도금이 4차까지 납부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사실은 금고도 건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골조 등 올라가는 부분들을 보고 지급이 됐다. 감리단 쪽에서 제출한 공정률(83.6%)을 기준으로 했다고 한다. 현장 확인은 금고 쪽에서 해 본 걸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인 대출을 진행하면서 취해야 할 부분들은 다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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