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년 전 유화당 범국회 재현...중양절 국화 띄운 국화주를 즐기다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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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9   |  발행일 2020-11-11 제11면   |  수정 2020-11-11
약 400년 세거해 온 인천이씨 쌍명재공파 국동문중 주손 이해준이 처음 연 모임
국화주 마시는 중양절 세시풍속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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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대구 북구 도남재에서 열린 유화당 범국회. 도남재 현판 아래에 유화당에서 가져온 유화당 현판이 보인다.


'국화로 집이 빛나 유화로니 유화와 더불어 무궁하리라. 나 또한 유화로써 내 집 이름을 삼노라. '

유화당이란 집의 내력을 기록한 '유화당기'의 마지막 문장이다. 가을 정취가 한창인 지난 6일 오후 대구 북구 도남동에서 뜻깊은 모임이 있었다. 과거 이 마을 국동(菊洞) 유화당(有華堂)에서 열렸던 범국회(泛菊會)가 156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국동은 '국화마을', 유화당은 '국화 가득한 집'이란 뜻이다.

유화당 범국회는 국동에서 약 400년 세거해 온 인천이씨 쌍명재공파 국동문중 주손 이해준이 처음 연 모임이다. 그는 1864년 문중 재실인 유화당을 건립하고, 그해 가을 유화당으로 손님을 초대해 범국회를 열었다. 범국은 국화주를 마시는 중양절 세시풍속으로 중국 시인 도연명이 중양절에 국화밭에서 국화주를 마셨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날 범국회는 팔거역사문화연구회와 유화당, 도남동 주민이 함께 뜻을 모아 준비하고 참여했다.

장소는 유화당이 아닌 인근 도남재였지만 국화주와 국화차에 사용된 국화는 유화당에서 가꾼 국화였다. 초대받은 손님은 모두 9명. 주인은 이 중 큰손님 3명에 대해서는 어른의 예로서, 나머지 6명은 친구의 예로서 대접했다. 범국회 도중 유화당에서 발굴된 범국회 관련 기록과 내방가사를 읽는 시간도 가졌다.

모임을 지켜본 유화당 종부 권기순(83)씨는 "우리 집에서 전해져온 범국회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156년만에 다시 재현되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범국회를 기획한 배석운 팔거역사문화연구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유화당 범국회가 우리 지역의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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