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고통…대상포진 예방, 면역력 향상이 답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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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1 07:58  |  수정 2020-12-01 08:07  |  발행일 2020-12-01 제16면
얼굴·팔·다리·등에 피부 발진
심하면 폐렴 등 합병증도 유발
노년층, 20~30대에도 많이 발생
백신 접종해도 100% 예방 안돼
과로하지 말고 체력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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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이 떨어지는 계절이 오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대상포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낮아진 기온 탓에 평소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고, 이는 몸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대상포진 공격에 약해지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고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상포진 환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 있다.

최근 들어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남성보다 여성이, 그리고 50대 이상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병원에서 진료받은 대상포진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14년 64만5천624명이던 대상포진 환자는 2018년 72만5천511명으로 12.4% 늘어났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1.6배 많았고, 나이대로 보면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대상포진, 왜 생기나

전문의들에 따르면, 어려서 수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회복된 뒤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신경절에 잠복하게 된다. 수십년의 잠복기간을 가지다가 성인이 되고 난 후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수두 바이러스가 재활성, 신체의 일부를 따라 편측으로 피부에 띠 모양의 포진을 수반한 특징적인 병변을 일으키게 되고, 이를 '대상포진'이라 부른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가벼운 피부발진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간염·폐렴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50~60대 이상에서 많이 발병한 탓에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많은 20~30대까지 젊은 층까지 확산되고 있어 연령으로 발병원인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상포진은 물집이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심한 통증이 생긴다. 통증이 심해서 약간만 스쳐도, 심한 경우는 선풍기 바람을 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얼굴, 팔 다리, 몸통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등부위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이런 통증과 함께 대상포진이 생긴 부위에 감각소실, 가려움감, 불쾌감 등도 호소한다.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방광 쪽일 경우 소변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안면신경·시신경에 침범하면 얼굴 마비나 시력·청력 손상 등이 생길 수도 있다. 각막까지 번지면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했다.

◆치료는 어떻게

급성기 대상포진의 치료는 항바이러스 제제, 피부 병변에 대한 치료, 통증이 심한 경우는 신경 차단술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물집 같은 수포 등의 피부 병변은 2∼3주 내에 딱지가 앉으면서 한 달 이내에 자연 치유된다. 문제는 이렇게 치유된 대상포진 환자 10명 중 1∼2명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신경통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노인이 가장 많고, 면역 억제자와 당뇨가 동반된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경우 발진은 치료됐지만 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통증은 수개월 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수년간 심지어 평생 지속되기도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노인 환자들에게 볼 수 있는 대표적 만성 통증 질환으로 당뇨, 고혈압 환자처럼 병 자체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꾸준한 관리, 조절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대상포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만성 통증 질환으로 발전한 만큼 반드시 통증 전문의와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급성기 대상포진시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발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 발병시 일반적인 항바이러스제 투여 외에도 신경 차단요법(교감신경이나 체성 신경차단)을 시행하면 급성기의 통증 조절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전문의들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치료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이는 발병한 지 한 달이 지나면 이미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가급적 급성기 대상포진 때부터 통증클리닉이나 통증 전문의에 의한 치료가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어떠한 진통제나 신경치료에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기 어려워 대부분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환부는 다 나았지만 계속 아프다고 호소하기 때문에 심지어 꾀병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결국 환자들의 육체적·심적 고통이 더욱 심해져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만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간 경우도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현재의 통증을 반 정도까지는 줄일 수 있다.

치료에는 침범 분절의 감각 신경절 고주파 열응고술, 케타민을 사용한 수면치료 요법, 마약 제제, 항경련제, 항우울제를 동반한 약물요법 등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치료에도 변화가 없을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척수자극술을 고려할 수 있다.

◆예방은 어떻게

대상포진 면역력이 약히진 틈을 타 발병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면역력을 높이는게 중요하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 등 전반적인 체력을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또 스트레스나 과로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환절기나 겨울철 등에서는 조금 더 신경쓰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 외에도 최근에는 대상포진 예방백신이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장년층과 노인들도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백신 접종 비용이 비싼데다 예방접종을 한다고 해도 100% 예방할 수 있는게 아닌 점도 접종을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다.

전문의들은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40% 정도의 환자에게서는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하지만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는 대상포진이 비교적 약하게 지나가고 합병증의 발생도 적게 나타나는 만큼 대상포진 발병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예방접종을 하는게 낫다"면서 "독감의 경우 예방접종으로 100% 예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발병 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홍지희 계명대 동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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