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창업가 이희은(26)씨는 브랜드 '러플(LUPL)'을 론칭하고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잊혀선 안 될' 누군가를 위한 제품을 제작하고, 발생한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1차 프로젝트는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파병 온 에티오피아 '강뉴부대'를 기억하는 일에서 시작했다. 부대원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으나, 이후 에티오피아에서 있었던 공산 쿠데타로 인해 반역자로 전락했다.
2차 프로젝트는 6·25전쟁에 참전한 '여성 의용군'을 위해 진행됐다. 이들 역시 조국을 위해 헌신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역사에서 기억돼야 할 인물들을 넘어 지금의 사회 약자들을 돌아보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모든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단어는 '자유'다. 이씨는 국사학을 전공하며 역사에 관심이 깊어졌고, 대학 재학 중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플래시몹을 기획하기도 했다. 자유를 억압당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이 '러플'의 시작이었다.
"'러플(LUPL)'은 'Let us protect liberty'의 약자입니다. 자유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분들을 돌아봤다면 향후에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향한 의지는 강했지만 현실적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다. 수익 창출보다 사회공헌에 초점을 두다 보니 적자가 발생했다. 수익이 없어 후원을 약속한 단체에 사비를 털어 기부를 한 일도 있었다. 다행히 이씨는 대구시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해 목돈을 마련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이씨가 추진한 프로젝트의 '마중물'이 됐다.
"우연한 계기에 청년희망적금 현수막을 보고 신청했고 혜택을 받았습니다. 빠듯한 형편이지만 매월 적금에 일정 금액을 넣으니 지원금이 함께 쌓여 여윳돈이 생겼어요. 덕분에 적자를 메우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씨에겐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지역 섬유업계에 몸담고 있는 작은 아버지 내외가 제작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고품질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데 함께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제품에 대한 후기도 긍정적이고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다.
"옷을 제작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데 작은아버지가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기부를 목적으로 만드는 제품이라 해도 품질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옷을 구매하신 분들이 편하게 오래 입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참 다행입니다."
현재 이씨는 평일에는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근무하고, 주말에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프로젝트 양쪽 다 소홀히 할 수 없다. 잠을 줄여가며 강의 준비를 하거나 공모전 준비를 하는 날이 적지 않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갖고 있다. 이씨는 대구에서 창업하고 사업을 키우는 것은 물론 지역의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자신의 꿈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꼭 물어보고 그들이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제가 회사를 만든다면 돈이 전부가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고 싶어요."
이씨는 또래 청년들에게 무엇이든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해봤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보냈다.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 또한 젊음의 특권 아닐까 싶어요. 당장 앞에 놓인 일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꼭 올 거라 믿습니다. 모두에게 힘내라는 말 전하고 싶어요."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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