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과 함께하는 '생활 속 뇌 이야기'] 브라질이 뇌 연구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은 '뇌 기증' 장려 영향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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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5 07:48  |  수정 2021-01-05 08:04  |  발행일 2021-01-05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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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진 〈한국뇌은행 선임연구원〉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서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이 국가적 문제가 된 것은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학계·연구계에서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뚜렷한 실마리가 나오지 않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 기존 실험동물을 이용한 연구보다는 사람의 뇌를 직접 이용한 실증적 연구로 변화하고 있고, 최근 알파고·왓슨과 같은 인공지능(AI)과 연계한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인간 뇌 대상의 연구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의 뇌를 대상으로 연구와 실험을 해야 하나, '뇌'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 의료 진단 외에는 조직 세포 등을 채취하기가 불가능하다.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사망자의 뜻에 따라 기증받은 뇌를 이용해서 연구와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뇌 기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사후(死後) 기증받은 뇌 조직을 확보하고 관리해 일선 병원, 연구기관에 연구목적으로 제공하는 곳을 '뇌은행(Brain Bank)'이라고 한다.

우리가 돈이 필요하거나 저축하고 싶으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은행으로 간다.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앱을 통해서 은행(Bank)을 이용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구자는 연구에 필요한 뇌 조직을 구할 때 뇌 조직이 보관된 은행을 찾아가는 것이다. 뇌은행은 연구목적으로 사후 뇌 조직을 비롯해 환우분들로부터 기증받은 뇌척수액, 혈액 등 다양한 뇌와 관련된 인체 자원을 확보, 관리하고 있다.

삼바와 열대우림으로 유명한 브라질이 뇌연구 강국이다. 브라질은 뇌연구를 위해 국가적으로 사후에 뇌를 기증하도록 장려해 엄청난 수의 뇌 자원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2007년 치매가 뇌간(腦幹)에서 발생하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기도 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약 50년 전부터 뇌기증이 이뤄지고 있고 '니이가타 뇌은행'의 경우 3천500명 이상의 사후 뇌조직을 확보하고 있어 일본 연구자들은 활발한 뇌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도 이런 뇌기증을 활성화하고 실증적 연구를 통한 성과 창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부터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뇌연구원에서 '한국뇌은행'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한국뇌연구원은 국내 각 권역별 7개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뇌조직을 확보하고, 관리·분양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이제까지 심장·폐와 같은 인체 장기를 기증받아 연구를 거듭해 다양한 치료법과 신약개발, 장기이식 및 대체장기 개발과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이런 장기기증은 익숙하지만 아직까지 뇌기증과 뇌은행은 우리 국민에게 다소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뇌기증은 살아 있을 때 사망 후 뇌기증 의사를 표시하는 '뇌기증 희망등록'과 사망자의 유가족 동의에 의한 '뇌기증'이 있고, 뇌기증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뇌사자의 경우에는 의료진의 검토가 필요하며, 뇌기증 희망 등록자 또는 유족은 언제든지 그 동의 의사를 철회하실 수도 있다.

뇌기증은 뇌연구 발전을 위한 숭고한 결정이고,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뇌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뇌은행에서는 이러한 숭고하고 아름다운 뜻을 받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적정한 연구인지 여부를 엄정히 심사해 뇌조직을 연구자에게 분양하고 있다. 앞으로 뇌기증에 대한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기증자들의 숭고한 결정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류연진 〈한국뇌은행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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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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