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ADHD…"욱하는 성격에 실수 잦다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의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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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6 07:52  |  수정 2021-01-26 07:53  |  발행일 2021-01-26 제17면
소아청소년기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 질환
성인 환자 대부분 적절한 진단·치료 못받아
유증상 판단땐 최대한 빨리 전문의 상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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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33)씨는 3년 전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25일 현재까지 옮긴 회사만 8곳이 넘는다. 실수가 잦아 직장상사로부터 수시로 지적을 받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에서 '멍'하게 있는 경우도 많았고, 이는 또 다른 지적사항이 됐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옮기는 회사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 1년 이상 재직한 회사가 없었다. 이에 주변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결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욱'하는 성격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심 부족한 직장 동료와 상사가 직장 생활에 적응 못 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질환 탓이라고 해서 놀랐다"면서 "지금은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 ADHD, 성인까지 이어지기도

진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소아청소년들에게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가 ADHD다. 전체 소아청소년 환자의 70~90%를 차지하는 이 질환은 주의집중력의 부족, 충동적인 행동, 과잉행동으로 인한 산만함을 특징으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 중 하나로, 소아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질환이다.

이런 질환이 있는 아이를 둔 부모 대부분은 소아청소년기 ADHD는 커가면서 저절로 사라지거나 좋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최근까지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ADHD는 단지 소아청소년기에만 나타나고 진단되는 질환이 아니다. 성인 ADHD의 경우에는 '욱'하는 충동적인 행동, 충동적으로 반복되는 폭언과 폭력, 음주문제 등 성격적인 문제나 집안의 내력 등으로 간과하기 싶다. '원래 그런 사람이야'의 한마디로 정리되고 포기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직장, 가정, 사회집단, 대인관계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이런 기능의 손상은 결국 개인의 기능과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소아청소년에서의 ADHD 유병률은 대체로 5~7%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지속된다. 이런 탓에 성인기 ADHD의 유병률은 대략 3% 전후가 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이처럼 많은 성인에게서 ADHD 증상이 확인되고 있다. 성인 ADHD 환자 대부분이 임상 증상과 이로 인한 많은 기능의 손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인이어도 증상 있으면 전문의 진단받아야

미국정신건강의학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진단통계매뉴얼(DSM-5)의 진단기준만을 보면 성인에서 ADHD의 진단이 비교적 단순하고 쉬울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임상에서는 소아청소년에서의 진단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성인 ADHD를 진단할 때는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을 확인해야 하고, 다른 질환과의 감별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성인 ADHD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선별하고 진단하기 위한 도구는 이미 많이 개발됐고,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성인 ADHD의 증상이나 양상이 의심될 경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현재 국내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선별 및 증상평가 도구로는 한국판 성인 ADHD 자가보고 척도(K-ASRS 1.1), 코너스 성인 ADHD 평정척도(K-CAARS), 웬더-유타 평정척도(WURS), 한국형 성인 ADHD척도(K-AADHDS) 등이 있다.

이런 검사 방법은 진료와 치료를 위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하지만 진단의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 보호자와의 면밀한 면담을 통한 임상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 후 환자의 상태, 기능 저하의 정도, 치료 선호도, 동반 질환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해 치료의 방향이나 방법이 정해지게 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 대체로 만족할 만한 정도, 더 나아가 상당수의 경우에는 매우 극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도 ADHD의 유병률은 성인 ADHD와 비슷한 정도를 보이고, 치료를 통해 분명한 증상의 호전과 함께 일상에서의 기능이나 삶의 질이 많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ADHD는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평생 지속될 수 있다. 그런 만큼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를 통해 삶의 전반에 걸친 기대 이상의 훌륭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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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 성형모 교수

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 성형모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ADHD의 일반적인 경과를 보면 대체로 만 3~5세가 되는 무렵에 처음으로 나타나 상당수가 성인기와 노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에는 함부로 행동하고, 실수가 많은 ADHD 증상이 성인기를 거쳐 노인기까지 지속되는 것을 두고 한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런 만큼 성인이 되어서도 소아청소년기의 ADHD 증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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