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의 생활속 인문명리] 올해 나는 삼재(三災)인가?

  • 김진욱
  • |
  • 입력 2021-01-29 16:36  |  수정 2021-01-29 18:06  |  발행일 2021-01-29
-12가지 동물 띠를 근거로
-삼재를 말하는 것은
-인간의 가능성을 무시한 것
-명리학의 三才로 보면
-"우리에게 三災는 없다"
2021012901000982400039381
이승남 명지현 학술원 원장

신년 운세를 자주 보는 분이라면 한번 정도는 "올해는 삼재(三災)이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삼재를 막기 위한 액땜으로 부적을 가지고 다니거나, 액땜을 위한 무엇인가를 해본 분도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삼재를 막기 위해 액땜을 했다. 조선의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방문 기둥에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붙여 삼재의 액땜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조선 후기의 문인 면암 최익현이 지은 면암집(勉菴集)에는 민간에서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삼재를 막았다는 기록도 있다.

삼재는 9년마다 와서 3년 동안 머문다고 한다. 3년중 첫해는 삼재가 드는 해라는 의미로 '들삼재', 2년째에는 '묵삼재', 마지막 해는 나간다고 '날삼재'라고 한다. 들삼재때는 특히 조심하라고 한다.

어느 해에 내가 삼재인지는 그 사람의 띠로 설명한다. 해·자·축(亥·子·丑)의 해에는 뱀·닭·소 (巳·酉·丑)띠를 가진 사람이 삼재이다. 인·묘·진(寅·卯·辰)의 해에는 원숭이· 쥐·용띠 사람이, 사·오·미(巳·午·未)의 해에는 돼지·토끼·양(亥·卯·未)띠 사람이 삼재다. 또 신·유·술(申·酉·戌)의 해에는 범 ·말·개(寅·午·戌)띠가 삼재이다.

올해 2021년은 해·자·축(亥·子·丑)에 해당되는 해여서 뱀·닭·소(巳·酉·丑)띠 사람이 삼재이다. 여기서 해(亥)는 12달 중 겨울을 시작하는 달이며, 뱀띠를 의미하는 사(巳)는 12달 중 여름을 시작하는 달을 의미한다. 이 두 글자는 당사주(唐四柱·당나라때 유행하던 점술)에서 충살(沖殺·서로가 맞지 않아 재앙이 온다는 것)을 근거로 만들어진 점술법이다. 즉 해(亥)와 사(蛇)는 겨울과 여름이어서 충돌하니,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논리다.

삼재를 음양오행인 목·화·토·금·수(木· 火· 土· 金· 水)로 해석하기도 한다. 오행을 재해로 이야기할 때 木은 태풍, 火는 화재나 가뭄, 土는 지진, 金은 전쟁, 水는 홍수를 말한다. 예전의 농경사회에서는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수재(水災)·목재(木災)·화재(火災)를 두려워해, 이를 대삼재(大三災)라고 했다. 전쟁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고, 지진은 우리나라 지형상 많지 않아 작은 재앙으로 본 것이다.

사주 명리학 용어로 대운(大運)이라는 것이 있다. 10년에 한번 강산이 변하듯이 사람의 환경에도 큰 변화가 10년마다 온다는 것이다. 운의 큰 흐름이 10년마다 바뀐다는 것이다. 대운이 변하기 1년 전에는 만나게 되는 사람이나 하는 일 등이 달라지고,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찾고자 마음을 먹는다. 삼재가 아니더라도 대운의 흐름으로 보면 9년째 되는 해에 개인에게 변화가 오는 것이다.

삼재는 12개의 띠를 중심으로 판단을 한다. 해마다 3개 띠는 삼재다. 따라서 삼재의 논리로 보면, 해마다 전체 인구의 25%는 삼재에 해당 된다. 사주는 8개의 글자로 돼 있다. 그중 띠 한 글자로 한해의 운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자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던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나름 설득력이 있지만, 복잡한 지금의 사회에서는 맞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간(日干)을 기준으로, 사주의 8글자를 보고 해석하는 명리학에서는 삼재를 말하지 않는다. 명리학에서는 천·지·인(天·地·人) 삼재사상(三才思想)에 근본을 둔다. 한글 표기로는 같은 삼재이지만, 한문 표기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삼재(三才)는 하늘과 땅이 하는 일을 사람이 보완하고 돕는다는 의미다. 인간의 가치 지향적인 주체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명심보감에 '과거사여명경 미래사암사칠(過去事如明鏡 未來事暗似漆)' 이란 말이 있다. 과거의 일은 밝은 거울과 같고, 미래의 일은 어둡기가 옻칠과 같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띠로 삼재를 운운한다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명리학을 운명학이라고도 한다. 인생 행로가 완전히 결정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예측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남녀 성별이 태어나면서 정해지 듯 삶이 일정 부분 결정되어 있더라도,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게 명리학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올해 우리에게 삼재(三災)는 없다 라고!
이승남 명지현학술원 원장

기자 이미지

김진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동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