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찬희 〈인지과학연구그룹 선임연구원〉 |
1997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이 있다.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에 의해 눈깜빡임밖에 할 수 없는 환자가 그 눈깜빡임으로 책을 썼다. 눈만 깜빡일 수 있는 사람이 책을 썼다? 믿기 힘들지만 가능하다. 누군가 환자 옆에서 알파벳을 불러준다. 환자는 자기가 의도했던 알파벳이 나오면 눈을 깜빡인다. 그러면 그 알파벳을 받아 적는다. 이런 식으로 단어와 문장을 만들고 책을 완성했다. 아주 얇은 책이지만 집필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환자도 힘들었겠지만, 알파벳을 불러주고 받아 적은 사람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제는 이러한 역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가 대신할 수 있다. 인간의 의도를 파악해 기계가 그 의도대로 동작하게 해주는 장치다. BCI를 이용하면 손을 사용하지 않고 글을 적을 수 있다. TV를 켜고 채널을 바꾸고, 누군가에게 전화도 걸 수 있다. 그래서 많은 BCI 연구가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하반신 마비환자가 BCI 기술을 이용해 시축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BCI는 환자 및 만사가 귀찮은 사람에게 유용한 기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최첨단의 기술도 약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잠수종과 나비'의 눈깜빡임은 BCI가 아니다. 물론 눈깜빡임도 뇌의 명령으로 발생하지만, 눈깜빡임 없이 'A를 써야지'라는 의도만으로도 A가 나타나야 진정한 의미의 BCI가 된다.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BCI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피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다. 뇌에서 발생한 작은 전기신호를 두피에서 정확히 측정하고 분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BCI를 이용해 '예' 또는 '아니오'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사용자는 '예' 또는 '아니오'를 떠올리지 않는다. '예'를 선택하기 위해 복잡한 암산을 하거나, '아니오'를 위해 입체도형이 움직이는 상상을 해야한다. '예' 또는 '아니요'를 생각하는 뇌보다, 계산을 하거나 도형을 상상하는 뇌를 구분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좌' 또는 '우'를 선택하는 문제도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컴퓨터로 전달될 수 있게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99% 정확도의 BCI 기술이 탑재된 휠체어를 타고 빨간불인 횡단보도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멈춰야 한다. 휠체어가 1%의 확률로 정지 명령을 인식하지 못해 도로로 뛰어든다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안전장치가 있겠지만, 게임 속에서 오류가 나타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BCI는 약간의 오류가 있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분야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BCI가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 중이지만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내재한 기술은 소멸되어야 할까.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 기사를 가끔 접하게 되지만 그것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은 아니다. BCI는 새로운 측정법, 인공지능과의 결합 등 신기술을 접목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 자동차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BCI를 위한 전극칩을 머리 내부에 심은 돼지를 공개하면서 삽입된 칩을 스마트워치에 비유했다. 손목에 채워진 스마트워치가 심박수·움직임 등 몸의 정보를 파악하고 알려주듯이, 머리 내부에 삽입된 전극칩이 언제 어디서든 뇌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뜻이다. 일론 머스크의 말속에는, 언젠가 스마트워치처럼 BCI 기술이 대중화된다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BCI는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여러분들도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같이 즐기길 바란다.
이찬희 〈인지과학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이제는 이러한 역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가 대신할 수 있다. 인간의 의도를 파악해 기계가 그 의도대로 동작하게 해주는 장치다. BCI를 이용하면 손을 사용하지 않고 글을 적을 수 있다. TV를 켜고 채널을 바꾸고, 누군가에게 전화도 걸 수 있다. 그래서 많은 BCI 연구가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하반신 마비환자가 BCI 기술을 이용해 시축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BCI는 환자 및 만사가 귀찮은 사람에게 유용한 기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최첨단의 기술도 약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잠수종과 나비'의 눈깜빡임은 BCI가 아니다. 물론 눈깜빡임도 뇌의 명령으로 발생하지만, 눈깜빡임 없이 'A를 써야지'라는 의도만으로도 A가 나타나야 진정한 의미의 BCI가 된다.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BCI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피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다. 뇌에서 발생한 작은 전기신호를 두피에서 정확히 측정하고 분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BCI를 이용해 '예' 또는 '아니오'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사용자는 '예' 또는 '아니오'를 떠올리지 않는다. '예'를 선택하기 위해 복잡한 암산을 하거나, '아니오'를 위해 입체도형이 움직이는 상상을 해야한다. '예' 또는 '아니요'를 생각하는 뇌보다, 계산을 하거나 도형을 상상하는 뇌를 구분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좌' 또는 '우'를 선택하는 문제도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컴퓨터로 전달될 수 있게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99% 정확도의 BCI 기술이 탑재된 휠체어를 타고 빨간불인 횡단보도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멈춰야 한다. 휠체어가 1%의 확률로 정지 명령을 인식하지 못해 도로로 뛰어든다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안전장치가 있겠지만, 게임 속에서 오류가 나타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BCI는 약간의 오류가 있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분야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BCI가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 중이지만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내재한 기술은 소멸되어야 할까.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 기사를 가끔 접하게 되지만 그것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은 아니다. BCI는 새로운 측정법, 인공지능과의 결합 등 신기술을 접목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 자동차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BCI를 위한 전극칩을 머리 내부에 심은 돼지를 공개하면서 삽입된 칩을 스마트워치에 비유했다. 손목에 채워진 스마트워치가 심박수·움직임 등 몸의 정보를 파악하고 알려주듯이, 머리 내부에 삽입된 전극칩이 언제 어디서든 뇌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뜻이다. 일론 머스크의 말속에는, 언젠가 스마트워치처럼 BCI 기술이 대중화된다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BCI는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여러분들도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같이 즐기길 바란다.
이찬희 〈인지과학연구그룹 선임연구원〉

노인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