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의 기후 환경 탐방] 기후변화 문제인식의 변천사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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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3   |  발행일 2021-03-03 제26면   |  수정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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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증가가 지구온난화를 만든다는 사실은 19세기 말 스웨덴의 화학자 아우렐리우스가 제기한 이래 널리 인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지구환경에 큰 위협이 된다는 인식은 1965년 미국 MIT대학 마나베 등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당시에 비하여 2배로 증가하면 지구 평균온도가 2∼6℃나 상승한다는 논문을 발표한 이후다. 이 논문은 당시 미국 존슨 정부에 보고되어 과학기술로 지구온도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기후공학 기술 개발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지구온도는 193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계속해 하강하던 시기였기에 당시에는 지구온난화보다는 지구에 소빙하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눈앞의 위협이 더 큰 문제였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지구온도는 40년에 걸친 기온 하강기를 벗어나서 빠르게 상승하였고 그에 따라 폭염, 홍수, 가뭄, 강풍 등 기후재해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1988년 미국 LA에서 나타난 기록적인 폭염은 충격적이었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가을에 미 상원에서 NASA에 근무하던 한센 박사를 불러 LA 폭염과 지구온난화와의 관계를 묻는 청문회가 열렸다. 한센 박사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지구환경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 청문회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창설로 이어졌고 IPCC는 1992년 지구온난화 현상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대책을 다룬 제1차 평가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를 계기로 대기 중 온실기체 증가는 단순히 지구온도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상기후를 만들어 재해를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지구온난화 대신 기후변화라는 용어가 자리를 잡게 된다.

이후에도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됐고 기후변화는 심각해져 갔다. 2007년 오바마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했던 하버드 대학 홀드런 교수가 예측불가능한 수준의 이상기후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젠 기후붕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 파리 신기후체제 합의 이후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상 기후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기간 안에 탄소중립(자연의 탄소제거 능력 범위 내에서 인위적 탄소배출량을 억제)을 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해져 지금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런 용어의 변천을 통하여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져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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