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선출직 164명 중 절반 이상 농지 소유… 정의당 '농지 투기' 의혹 제기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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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30 18:46  |  수정 2021-03-3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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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구시당이 3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 선출직 공직자 농지 소유 실태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불법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대구지역 선출직 공직자들의 농지 투기 의혹이 무더기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들이 보유한 농지에 대한 조사와 농지법 위반 여부에 따른 행정명령과 함께 필요에 따라 수사 의뢰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30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 선출직 공직자 농지 소유 실태 보고'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선출직 공직자 164명 중 52.4%인 86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건수는 본인 소유 206건, 배우자 85건, 그 외 가족 44건 등 총 335건이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는 경자유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주말농장이나 상속으로 인한 농지 소유는 일부 허가하고 있지만, 스스로 농업경영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탁 경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농업인이 1천㎡ 이상의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투기목적의 농지거래는 명백한 불법행위인 셈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소유한 농지 가운데 대구시 소재는 76건(22.7%)에 불과하고 대부분(259건, 78.2%) 경북을 포함해 경남, 경기도, 충남, 강원도 등 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에 무려 10~20여 곳의 전답을 소유하고 있는가 하면, 스스로 농업경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땅을 쪼개 사고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땅을 놀리는 경우도 있어 투기와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북구의회 A의원은 대구 동구, 경북 경산·의성, 경남 창녕·의령·합천 등 무려 28곳에 2만2천654㎡의 농지를 보유해 선출직 공직자 중 가장 많은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위성사진·로드뷰로 확인하니 상속 받은 농지와 2017년 매입한 경산 농지는 경작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북구의회 B의원의 경우 경남 합천과 경북 군위, 대구 등 20곳에 1만3천184㎡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매입한 대구의 밭은 몇 년 전 창고용지와 대지로 지목이 변경됐고, 군위 소재 농지는 2010년 소규모로 분할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의회 C의원은 배우자가 2016~2017년 충남 당진과 경기 평택, 강원 춘천에 전·답을 소규모로 분할 매입했다. 또 다른 대구시의회 의원은 전남 담양에만 3곳의 농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달서구의회 D의원은 2018년 말 충남 예산의 2㎡, 9㎡ 규모의 전답 2곳을 분할 매입했는데, 이 땅은 지난해 10월 충남혁신도시로 지정됐다.
 

한 기초단체장은 경기 여주에 본인 명의의 논 1천689㎡를 소유하고 있었고, 북구의회 E 의원은 전북 무주에만 4곳에 총 2천790㎡의 농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충남 천안에 배우자 명의의 논을 보유한 남구의회 의원이 있고, 달서구의회와 수성구의회 의원 중에는 경기 평택에 농지를 소유한 경우도 있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선출직 공직자의 농지취득자격증명서와 영농계획서 등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위탁경영조차 하지 않은 채 놀리는 전·답이 많으며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분할 매입한 정황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농지를 소유하고 그것으로 자산을 증식하며 타지역까지 넘나들면서 투기를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며 "적절치 못한 농지는 처분하시길 바란다. 원치 않는다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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