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경계 허무는 '협동 교육'...대구 '장애공감문화 확산' 현장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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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6 08:01  |  수정 2021-04-26 08:06  |  발행일 2021-04-26 제12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다. 대구시교육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균등하고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장애학생 인권보호 및 장애공감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1. 합동 프로젝트 댄스팀, 장애인식 개선 앞장

신매초등 댄스 동아리 '엔젤신매팀'
비장애 6명·장애학생 3명으로 구성
전국장애학생 댄스대회에도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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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신매팀' 공연 모습 . <대구시교육청 제공>

18년간 초등학교 특수학급 담당교사로 근무해 온 김수진 교사(대구 신매초등)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어떻게 하면 어울릴 수 있을까'였다. 교사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에 대해 고민하던 김 교사는 교내 댄스 동아리를 떠올렸고, 비장애학생 6명과 춤을 좋아하는 장애학생 3명으로 구성한 프로젝트 댄스팀 '엔젤신매팀'을 만들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장애학생들은 낯가림이 심했고, 비장애학생들은 말과 움직임이 서툰 장애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동작과 동선을 연습했고, 장애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엔젤신매팀은 2019년 10월31일 제9회 전국장애학생 댄스대회 통합부문에 참가했다. 김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그간 연습해온 실력을 무대에서 뽐내고, 초등부 2위에 입상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서로를 배려하며 이룬 결과였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김 교사는 지난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행된 모범 장애학생 및 유공자 포상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김 교사는 "장애를 단지 부족함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잠재력을 가진 가능성으로 여긴다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2. 장애 딛고 피아노 연주로 '예술 나눔' 실천

장애학생 와룡고 2학년 한동준군
초등 때부터 방과후 피아노 배워
대구남산복지재단 단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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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고 한동준군.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와룡고 2학년에 재학 중인 한동준(17)군은 피아노 연주를 통한 예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방과후 수업을 통해 피아노를 처음 접한 한군은 피아노 연주에 관심과 흥미를 보였으며, 피아노 연주에 대한 꾸준한 노력으로 한국 음악교류협회 전국음악콩쿠르에서 준차상(2015년)과 차상(2016년)을 받았다.

한군 어머니는 "피아노를 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며 "표현이 적은 편인데, 피아노를 칠 때면 항상 웃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대구 남산복지재단 '콘솔 피아노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예술 나눔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발달장애인 예술공연단 디딤돌 온라인 연주회'에 참여해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지난 7일엔 학교 장애인식개선교육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1시간가량 피아노 연주를 했고, 학생과 교직원의 장애 공감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한군은 피아노 연주를 단순히 취미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길을 도전할 계획이다. 자신의 진로를 피아노 연주로 잡고 대학교 피아노과 진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군 어머니는 "방과후 수업 외에는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피아노를 배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올해부터는 개인 및 단체 콩쿠르를 잘 준비해서 대학 진학이란 꿈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3. 하모니카로 뿌린 희망의 씨앗

평생 장애학생 교육 노봉남 교사
성보학교 발령후 하모니카 가르쳐
연주단, 세계 각국서 공연 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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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남 선생님과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1983년 특수학교로 첫 발령을 받은 노봉남 선생님은 평생을 장애학생 교육에 바쳤다. 특히 2009년 성보학교 발령 후 시설에 거주하는 학생이 학교와 시설만 오가는 생활을 하는 것을 안타까워해 장애학생들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소통하며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나누고자 하모니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지도했고, 학생들의 하모니카 연주실력은 나날이 좋아졌다.

2010년 1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는 매년 정기연주회를 가졌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일본, 중국, 영국 등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약 1천회 하면서 장애감수성을 높이는 데 힘썼다.

공연 자체가 쉽지만은 않았다.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처음 공연을 계획했을 땐 학생들이 스스로 장애로 인해 일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해 공연을 거부하기도 했다. 어렵사리 첫 공연을 하던 날엔 단원 중 한 명이 긴장한 나머지 기절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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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사와 장애학생들에게 큰 버팀목이었던 노 선생님은 3월1일 38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했다. 하지만 노 선생님의 장애학생에 대한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장애인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 하모니카 단원들의 자립을 돕고, 단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택을 연습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노 선생님은 "우리 장애학생들도 문화예술교육을 받아 직업이 되고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 변화돼야 한다"며 "제 노력은 1%였고, 학생들이 저에게 준 행복과 감사, 사랑은 99% 이상이니 결국 학생들이 저에게 베풀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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