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고마워""미안해" 가족의 재발견

  •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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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4   |  발행일 2021-05-04 제21면   |  수정 2021-05-11 08:26

이태훈
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코로나19 와중에도 5월은 유난히 푸르다. 푸른 5월의 자연은 그 생명력을, 인간은 그 사랑을 이야기하는 때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선조들의 푸른 지혜에 답이라도 하듯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가정의 달에 이웃하며 사랑을 노래하는 듯하다.

행복의 온실이어야 할 가정이 때로는 청천벽력 같은 가족 상실로 북극 얼음동굴 속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달서구는 이러한 사연들을 품고 있다.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1995.4.28.)추모탑에는 유족들의 말라버린 눈물의 발길이 이어지고,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1991.3.26.)의 부모들은 30년간 얼음동굴 같은 한에 묻혀 있다.(지난해 달서구는 실종소년들의 혼이라도 달래주려 숲속놀이터를 조성함).

한편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에 아내를 잃은 다카마쓰 야스오씨는 아내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에 10년째 매주 찬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집에 가고 싶어"라는 마지막 문자에 시신이라도 찾는다며 …. 하늘이 무너지는 엄청난 사건들도 세월에 잊히지만 잃어버린 가족을 향한 남은 가족들의 가슴앓이는 생명의 그 날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올까? 답은 명확하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정은 사회형성의 기초단위로 빌딩의 벽돌과 같다. 가정이 허약해지면 사회, 나아가 국가가 허약해진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경험했지만 공포를 피하는 안식처는 결국 가족이 있는 가정이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가족이 어디 있으랴만 안타깝게도 요즘 가정에서 가족의 가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훈훈해야할 명절날의 가정 파탄 소식, 부모봉양이나 재산다툼으로 가족 간에 원수처럼 지낸다는 소식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애완견이 가족에 편입되고 남편들이 애완견과 서열경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도 씁쓰레한 뒷맛을 남긴다.

가족의 정체성 약화는 결혼기피와 인구감소로 이어지며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0.84명)은 지구촌의 맨 끝이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스라엘의 합계출산율은 3.09명으로 많은 것을 시사 해주고 있다. 달서구는 인구감소 극복에 보탬의 벽돌을 쌓는다는 차원에서 2016년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하고 결혼특구 선포와 다양한 시책을 펼치며 122쌍의 커플을 성사시켜 오고 있다.

특히 가족 친화를 위해'가족문화센터'를 짓고 가족상(잉꼬부부, 희망가족, 화목가족)으로 모범 가정을 표창해오고 있다. 나아가 지역 최초로 아동보호 전담팀을 신설하였으며 내년에는'아이꿈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다. 지난해는 공공아동보호체계구축 유공으로 정부대상을 받았고 유니세프로부터의 아동친화도시 인증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K가정이라 할 수 있는 가족 간 예의와 화목을 중시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서구화 과정에서 좋은 전통이 많이 허물어지며 가족 간의 상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뿌리를 함께하며 역경 때는 버팀목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을 지켜주는 가족은 희망과 행복의 원천이자 강력한 힘이다. 이에 가정의 달 마무리 즈음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녹여내며 건강한 가족관계의 복원을 시도함이 어떨까? 이런 의미에서 3관계(존속, 비속, 형제)를 되돌아보며 갈등 해소(0)를 위한 화해의 전화 한통이라도 하며 소원해진 가족관계를 회복토록 매년 5월30일을 가족의 날로 정하면 어떨지. 각기 가정의 부모로서 자녀로서 형제로서 "고마워" "미안해"라는 고백적 소통에 행복의 씨앗은 움을 틔우며 건강한 가족으로 숲을 이루어 갈 것이다. 가족은 우리사회의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터이다.
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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