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보여 준 모습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김문수 후보가 유세하는 자리에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거나, 대통령선거보다는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까지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일사분란한 단일대오가 나타나지 않더니 대선 결과도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에서 의미있는 약진'이라는 말처럼 제20대 대선 때보다 더 잠식당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을 사상 처음 선거로 선출한다. 시당위원장은 지역구 의원 중 선수와 나이를 고려해 한 명을 뽑았다. 이에 대해 권영진의원이 반기를 들고 나오면서 이인선 의원과 맞대결이 성사됐다. 권 의원은 "낡은 관행을 버리고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혁신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권 의원이 지역 정치의 신뢰와 협의 구조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출마를 강행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반박했다.
시당위원장 선출이 합의추대라지만 사실상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권 의원 말대로 '형님 먼저 아우 다음'식이다 보니 시당위원장이 친목단체 회장 같다.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지역 정치권 경쟁력을 키우자고 하니 나쁘지 않다. 그런데 시기가 문제다. 이번에 시당위원장이 되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갖게 된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마음이 가 있다는 해석이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똘똘뭉쳐야 할 지역국회의원들끼리 행여 자리다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두 명 모두 공천권을 포기한 채 경선을 펼친다면 안팎의 비난도 잠재우고 경쟁력도 키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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