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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이팝나무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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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7   |  발행일 2021-05-07 제23면   |  수정 2021-05-07 07:20

10여 년 전 대전광역시의 한 구(區)는 '5월의 눈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이팝나무꽃축제를 열었다. 해마다 꽃이 만발하는 5월10일을 전후하여 이팝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있는 온천 지구 일원에서 개최했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있었던 2010년에는 축제 시기를 앞당겨 4월30일부터 열었다. 축제를 10일 정도 앞당겼으니 꽃이 필 리 만무하였다. 꽃이 피지 않을 게 뻔하였으므로 이 구청은 축제 시작 18일 전부터 이팝나무에 크리스마스용 꼬마 전구를 감아 놓고 밤낮으로 불을 밝혔다. 전구의 발열로 나무를 데워 개화 시기를 앞당길 욕심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해에는 이상저온 현상마저 생겨 축제가 끝날 때까지 꽃은커녕 잎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다.

이팝나무는 입하(立夏)를 전후로 꽃을 피운다. 때문에 입하나무가 이팝나무가 됐다는 해석이 있다. 24절기 중 일곱 번째인 입하는 5월 5·6일쯤이다. 흰꽃이 만개한 모습이 쌀밥을 수북이 담은 모습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설득력이 있다. 그 이름은 쌀밥을 구경하기 어려웠던 시절을 반영하는, 긴 시간을 굶주리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아픈지를 일깨워주는 이름이다.

이팝나무의 학명(Chionanthus retusa)은 흰 눈꽃이라는 의미다. 이 학명이나 장식술이 달린 나무라는 의미의 영어 이름(Fringe tree)은 절기나 쌀밥에서 연유한 이름보다 즉물적이고 낭만적이다. 축제를 10여 일 앞당겨 이팝나무에 흰 꽃이 핀 '5월의 눈꽃 축제' 대신 '5월의 크리스마스 향연'을 개최한 그 구청장은 축제 후 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대구 달성공원에 한쪽은 꽃이 활짝 피고 다른 쪽은 꽃이 거의 보이지 않는 아수라백작 같은 이팝나무(영남일보 5월5일자 5면 보도)가 있어 화제다. 배고픔이 일상이던 시대에 이팝나무는 한 해의 풍·흉을 점치는 나무이기도 했다. 꽃이 많이 피면 쌀농사가 풍년이, 적게 피면 흉년이 온다고 믿었다. 달성공원의 아수라백작 이팝나무는 풍년을 예고하는 걸까 흉년이 든다는 걸까? 아니면 '너 하기 나름'이라는 독려일까?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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