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다 지역사랑 상품권" 농어촌 주민들 큰 호응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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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0 07:29  |  수정 2021-05-10 07:36  |  발행일 2021-05-10 제3면
경북 '지역화폐' 열풍…지역경제 선순환 새 동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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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9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예천사랑 상품권'을 구매했다. 〈경북도 제공〉

9만9천812개소. 지난해 10월 기준 울릉을 제외한 경북 도내 22개 시·군 지역사랑 상품권 가맹점 수다. 2019년 가맹점 수(3만1천여개소)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경주 등 6개 시·군이 지역사랑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1년 새 가맹점 수가 괄목할 만큼 늘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각 시·군이 신속하게 정부 지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랑 상품권 제도가 정착된 덕분이다. 시장에서 지역사랑 상품권 확대·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지역 경제 선순환의 새로운 동력이 된 지역사랑 상품권의 성과와 과제를 진단해봤다.

◆'효자' 지역사랑 상품권

지역사랑 상품권은 골목상권 부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카드 형태인 '경주 페이'를 이용하는 20~60대 경제활동 인구는 전체 인구의 31%(5만4천819명)에 달한다. 주요 소비층인 40~5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용처 대부분도 지역내 일반음식점을 비롯해 소매점, 주유소, 전통시장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구 유입에 사활을 건 포항에서는 지역사랑 상품권이 '1인2역'을 맡고 있다. '포항사랑주소갖기' 운동으로 추진하는 주소 이전 전입금을 포항사랑카드로 지급하면서,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다잡고 있어서다.

10% 할인 판매에 따른 소득 보전 효과 덕분에 지역사랑 상품권은 저소득층·소상공인 등에서 호응이 높다. 지난해 12월 구미시가 시민 1천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10대 뉴스'에선 구미사랑 상품권 확대발행이 1천55표를 받아 1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구미시는 올해도 500억원 규모의 구미사랑 상품권을 발행해 지역 경기 활성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고령사회 농촌 종이형태 비중 압도적
제작비용·부정거래 등 부담 적지않아
카드·모바일형 사용 독려 캠페인까지



농·어촌 지역에선 역할비중이 더 크다. 청송에서는 일반 화폐보다 오히려 청송사랑화폐가 더욱 통용된다. 특히, 청송은 올해 청송사랑화폐 제작 비용 12억원을 국비로 지원받게 되자 발행 규모를 더 늘렸다. 자금이 소진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특별할인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이 영향이 크다. 또 농민 수당·농산물 택배비 등 각종 정책 수당도 청송사랑화폐로 지급하면서 민생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도 매우 높다. 일부에선 월간 구매 한도를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시·군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월간 구매 한도는 최대 100만원 정도다. 상품권의 부정 유통과 환전을 통해 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환치기' 등을 막기 위해서다. 1개월 구매 한도가 5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예천의 경우, 지역사랑 상품권에 대한 군민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구매 한도를 상향하는 조례 개정을 검토 중이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까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중인 농촌일수록 지류형 지역사랑 상품권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210억원 규모를 발행한 고령군은 200억원이 지류 형태였다. 군(郡) 단위 지역은 대부분 지류형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카드형·모바일형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다수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류형 상품권은 제작비용이나 부정거래 등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의성·군위 등은 10% 차익을 노리고 대량매집을 시도하는 부정유통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는 등 지류형으로 인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모바일형 지역사랑 상품권 보급이 확대되면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 영천시가 지난해 상품권 발행·운영 관련 예산으로 편성·지출한 예산 6억8천만원 가운데, 대부분은 지류형 상품권 제작비·상품권 봉투 제작비 등에 쓰였다. 150억원을 발행할 예정인 올해도 제작비에만 1억6천여만원(1%)이 소요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새다.

각 시·군은 최근 상품권 발행 형태를 카드형·모바일형으로 개선하는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지류형과 카드형 상품권을 각각 40억원·50억5천만원 발행한 성주는 카드형 상품권 발행액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이다. 은행에 가는 번거로움이 줄었고 꼭 필요한 금액만 구입하는 이점도 있어서다. 상주에선 카드형 화폐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1인 1카드 캠페인'을 전개하는 한편, 카드충전 시 할인구매한도를 상향하는 이벤트도 추진중이다. 청도군은 이미 모바일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자 하반기부터 가맹점 등록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도내에서 지역화폐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포항은 올 하반기부터 MZ세대(20~30대 밀레니얼·Z세대)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형을 구축해 통합운영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상품권 할인기간에 줄서서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쉽고 편리하게 지역 상품권을 구입·사용할 수 있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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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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