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 휴업 10년... 공존의 길 '상생스토어'에서 가능성을 보다

  • 김형엽
  • |
  • 입력 2021-05-23 19:46  |  수정 2021-05-24 07:21  |  발행일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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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 10년째를 맞았다. 23일 오전 11시쯤 의무휴업일을 맞은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위)과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의 모습. 두 곳은 직선거리로 약 650m 떨어져있으며 도보로 약 10분 거리다.

대구와 경북지역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141곳(대구 44·경북 97)이 매달 2·4주 일요일 의무휴업 일에 맞춰 문을 닫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지만,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어떻게 흘러왔나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유통법상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가 도입된 것은 2010년부터다. 당시에는 전통시장 인근에 점포 등록을 규제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12년 1월17일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형점포와 중소점포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규모 점포 및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현행과 같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과 매월 2회 의무휴업일이 정해진 것은 이듬해인 2013년 1월23일이다. 2015년과 지난해 두 차례 일몰기한을 5년 연장하면서 오는 2025년 11월까지 해당 규제는 계속된다. 의무휴업일은 매달 2·4주 일요일뿐 아니라 월·화·수·목요일에도 분포돼 있다.


처음 규제가 시행됐을 당시 유통업계에선 반발이 거셌다.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강제하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 및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냈으나,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사회적 시장 경제 질서에 부합한다'며 8대 1 의견으로 합헌결정 했다.


21대 국회 들어서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은 16건이다. 지난해 처리된 일몰 연장 법안을 제외한 모든 법안들이 관련 위원회에 상정돼 논의 중이다. 이 중에는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의무휴업을 하도록 강제하는 법안뿐만 아니라 지역 및 상권 특성에 맞게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 또한 의무휴업 규제를 피해 전통시장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형 식자재마트에 대한 규제 법안도 눈에 띈다.

◆실효성 vs 안전장치
대규모 점포를 등록할 경우 전통상업보존구역을 벗어나야 한다거나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의 등록규제에 대해서는 아직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독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은 그 만큼 관련 법의 실효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는 코로나19를 지나오며 거세졌다. 대구에서만 롯데마트 칠성점, 홈플러스 대구점 및 스타디움점, 이마트 감삼점 등 4곳이 폐업을 했거나 폐업을 앞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매출 감소와 온라인 시장 확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코로나19로 그 속도가 빨라졌다"며 "대형마트가 문을 닫게 해서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구시대적 발상보다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급속도로 붕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는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도 최저가 경쟁 및 배송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마트가 문 닫기 전 미리 장을 보거나 온라인으로 배송을 시키면 그만인 셈이다.
지난해 말 한국유통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응답자의 5.8%에 불과했다. 반면, 쇼핑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로, 의무휴업 규제에 대한 실효성이 낮다는 결과를 보였다.


2018년 유통법 관련 헌재 결정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던 조용호 재판관은 "영업 규제가 도입된 지 5년 이상 지났고 각종 전통시장 지원 정책이 시행됐다"며 "그로 인해 전통시장으로의 매출 이전 효과가 있음을 나타내는 유의미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랜 기간 관련 규제를 이어왔으니 섣불리 완화하는 것 또한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대구의 경우 대형마트 등에서 매월 2·4주에 휴업을 하면서 일부 전통시장의 경우 매월 1·3주 휴업을 하는 상황이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휴업일 날 매출 증가를 직접 체감한다고 한다.


류성재 대구상인연합회 사무처장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엔 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며 "현행 수준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시장도 변화해야 할 부분들이 분명 있지만 그 속도가 대형 유통기업에 비하면 늦을 수밖에 없다"며 "현행 규제는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만큼 상생·발전을 위한 명확한 비전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규제를 완화한다면 많은 상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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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대형마트, 상생·공존 방안은 없나
지난 10년간의 규제 동안 유통구조 변화와 법의 실효성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실종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유통기업과 전통시장에서는 자발적인 상생·공존을 모색했다. 그 중 눈여겨 볼만한 사례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다.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상생스토어는 특이하게도 전통시장 내에 입점한다. 상인회와의 논의를 거쳐 중복되는 일부 품목을 제외한 채 운영한다.


2018년 전국 6호점으로 문을 연 대구 달서구 월배시장 내 상생스토어는 손병식 월배시장 상인회장이 직접 입점을 추진했다. 앞서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 상생스토어 사례를 접한 뒤 그 효과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월배시장 상생스토어에는 문화센터와 사회적기업 홍보관까지 들어서며 인근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손 회장에 따르면 상생스토어 입점 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오히려 매달 2·4주 일요일에 상생스토어가 휴업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그는 "규제 도입 초기에는 대형마트 휴업일에 손님이 일부 늘었지만 현재는 고객이 적응하면서 미리 장을 보는 등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생스토어 덕분에 시장으로 손님이 모이고, 상인들은 그들 입맛에 맞는 상품을 내놓으며 활기를 띄고 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정부에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지만 각각의 시장 특색을 살리려면 상인들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쪽 곳간에서 쌀가마 훔쳐 오기식 경쟁보다는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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