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산업 투어] 하늘로 가는 자동차

  • 장민제 BYTE 공동대표
  • |
  • 입력 2021-05-27 15:57  |  수정 2021-06-01 14:55

디지털 전환의 가속과 사물 인터넷의 발달로 교통수단이 모바일 환경과 연결되면서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빌리티란 쉽게 말해 ‘탈 것’과 관련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최근 자전거·킥보드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동수단이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과 연결되면서 '택시 호출' '킥보드 대여'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이런 모빌리티 서비스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모바일 환경 안에 하나로 엮어냄으로써 물리적으로 쉽게 통합되지 않는 교통망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image01.jpg
현대차가 제시한 UAM의 재현도. 출처: 현대자동차

다양한 교통수단이 하나의 망으로 통합되면서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교통체계인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UAM은 지상과 상공을 하나로 통합하는 도시교통체계로, 소형 항공기나 개인용 비행기(PAV, Private Air Vehicle)를 도시 내 운송수단으로 활용하는 교통시스템을 뜻한다. 

 

쉽게 말해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렇게 먼 이야기도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수도권에서 UAM의 비행 및 운영 시험을 거친 뒤 2025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AM은 왜 뜨고 있을까
초기 UAM사업은 주로 해외의 기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후 보잉·에어버스 같은 전통적인 항공기 생산업체와 도요타·다임러·지리 등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UAM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향후 각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민간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각종 인증체계와 기준을 마련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고, 우리나라도 ‘제3차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UAM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해 정책을 수립하고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UAM의 부상은 크게 교통흐름의 개선, 그리고 경제적 효익과 관련 지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UAM이 현실화할 경우 지상 교통 흐름에 관계 없이 각종 재화의 신속한 배송과 시민의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다. 

 

UAM 초기에는 비교적 실행이 쉬운 ‘드론 배달’이 주를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차와 한화 등 대기업이 궁극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것은 항공기로 사람을 태워 나르는 ‘항공택시’ 사업이다. 

 

도심 내 항공택시 사업이 시작될 경우 시민은 교통체증을 피해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UAM은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셔틀'(2030년) '도심 내 항공 택시'(2040년) '도시 간 이동수단'(2050년)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효익도 무시할 수 없다. UAM사업에 진출한 기업이 노리는 것은 단지 항공기 기체를 제작하거나 공항을 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매개로 한 통합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기존 택시호출 서비스나 차량공유 서비스에 이어 UAM까지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장치를 중심으로 통합해 다양한 교통수단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인 자가용도 인터넷을 이용해 다른 교통수단, 도로 인프라 등과 연결되는 ‘커넥티드카’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UAM 사업을 이 모든 교통수단을 통합하는 하나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 같은 완성차 기업이 UAM 사업에 나서는 것은 거대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해 광범위한 수익을 얻는다는 구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네트워크와 인프라의 총체 
UAM의 실현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요구된다. 항공기 기체 개발, 인프라 마련, 서비스 개발이 그것이다. 도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성능 좋은 드론이나 개인용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도심에서 항공교통체계가 운영되려면 무엇보다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령, 항공기 이착륙장과 터미널, 관제센터, 통신인프라 등 다양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항공기와 항공기가 통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건설되고 나면, 이런 인프라와 항공기 그리고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해 사업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UAM 사업 기획 초기 SK텔레콤과 KT 두 통신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이 결성됐는데, 이는 통신인프라와 모빌리티 서비스가 UAM의 핵심 축을 맡기 때문이다.
 

image02.jpg
SK텔레콤 컨소시엄이 김포공항에 짓기로 계획한 UAM 전용 터미널 계획도. 출처: SK텔레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UAM사업에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한화, 그리고 현대차와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SK텔레콤-한화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과 한화시스템, 그리고 한국공항공사 등이 참여하는데, SK텔레콤은 통신 네크워크와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한화시스템은 기체 개발과 관제 솔루션 개발을, 한국교통연구원은 수요 예측 등 연구 사업을 담당한다. 

 

SKT는 SKT의 T맵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택시와 버스, 그리고 UAM을 한 번에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한편, KT-현대차 컨소시엄에는 KT,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참여한다. KT는 통신 네트워크와 트래픽 관리 시스템 개발을, 현대자동차는 기체 개발을, 현대건설은 이착륙장과 환승센터 구축을, 인천국제공사는 운영 및 공항 셔틀 연구를 담당한다. 

 

KT-현대차 컨소시엄은 먼저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상품이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시장을 공략한 뒤, 모빌리티 사업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화와 현대차가 이끄는 K-UAM
우리나라에서 UAM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현대차와 방위산업을 이끄는 한화다.

 

현대차는 아직 항공기 제조 경험이 없어 NASA와 미국 항공우주 기업 출신의 인재를 영입해 기체 자체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당초 우버와 협력해 기술 개발을 하기로 했지만 우버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항공사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협력 상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7년 화물용 무인 항공 시스템을 선보이고,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한 UAM 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image031.jpg
한화와 오버에어가 함께 개발하는 UAM용 항공기. 출처: 한화시스템

한화는 그동안 방위산업을 영위하면서 로켓과 항공기에 들어가는 로켓 엔진을 개발해 왔던 만큼, 현대차보다는 기체 개발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 한화는 2019년 약 300억 원을 투자해 미국의 플라잉카 업체 ‘오버에어’의 지분 30%를 인수했고, 항공택시용 소형 항공기인 ‘버터플라이’를 개발하고 있다. 한화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상용화할 경우 서울에서 인천까지 20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기업의 계획대로라면 2030년쯤에는 소형 항공기가 도심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이 2040년 1천7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UAM 시장은 단가가 높은 항공기부터 각종 인프라 건설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성공한다면 큰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현대차와 한화가 우리나라의 UAM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민제 <BYTE 공동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