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누구나집' 프로젝트, 어떻게 봐야 할까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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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8   |  발행일 2021-05-28 제22면   |  수정 2021-05-28 07:15
집값 10%만 내면 입주 가능
2030세대 귀가 솔깃할 정책
나머지 자금 상환 부담이나
형평성 논란 등 의구심 생겨
與대표, 주거형태 편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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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요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홍보하느라 열심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을 뿐 아니라 대표 취임 후에는 고양·과천·광명·남양주 등 3기 신도시 해당 지역 8개 지자체장을 만나서 누구나집 프로젝트 적용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송 대표가 인천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사업을 발전시킨 것으로, 무주택자에게 분양 가격의 10%(신혼부부의 경우 6%)만 내고 살다가 10년 후에 최초 분양 가격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수년간 투기 광풍이 부는 와중에 '벼락거지'로 전락했다고 생각해 대거 주택매입에 나서고 있는 2030세대에게는 귀가 솔깃할 만한 주장이다. 하지만 말이 달콤하면 뭔가 수상한 내용이 숨어 있는 법이니 몇 가지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누구나 집은 신혼부부를 비롯한 청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도 분양가격의 90% 내지 94%를 대출로 조달해야 할 텐데, 그 원리금 상환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근본대책이 없다. 송영길 대표도 이 점이 아킬레스건임을 감지했던지, 임대차 보증금 이자를 2.7%로 낮추는 '누구나 보증'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모든 세입자에게 이 혜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예컨대 한 신혼부부가 분양가격이 6억원인 누구나집을 계약했다고 하자. 부부는 3천600만원으로 그 집에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그들은 5억6천400만원에 대한 이자 약 127만원을 매달 부담해야 한다. 신혼부부는 집을 마련하기는 하겠지만, 장기간 상당한 금액의 이자를 부담해야만 한다. 게다가 원금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누구나집은 향후 주택가격이 올라가도 또 내려가도 문제가 된다. 만일 주택가격이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그 경우 2000년대 후반 ~ 2010년대 초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하우스푸어 현상이 재현할 것이다. 입주자는 자기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은 '깡통주택'에서 불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야만 한다. 만일 반대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경우 누구에게도 부여하지 않는 특혜를 왜 누구나집 입주자에게만 주는가 하는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좀 더 근원적으로 2030세대가 반드시 자기 집을 소유해야 할까? 송영길 대표는 25일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공공임대주택에 평생 살라고 하면 누가 살겠느냐? 공공임대주택에 산다고 하면 애들도 차별받고 여건이 나아지면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개혁정당의 대표가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고 조롱했던 보수정당의 인식을 공유하다니 이를 어찌해야 하나?

주거문제를 자기 집 소유로 해결하려고 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증명한다. 같은 사태 이전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민에게 자기 집을 갖게 하자는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 정책을 추진했음을 기억하라. 지금 공공임대주택이 한국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유력한 주거형태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공공임대주택의 문제점을 해결해 유럽형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주거형태를 가지고 국민을 나눠버리는 일종의 '혐오 발언'을 내뱉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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