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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쇼핑하듯 마약을 살 수는 없을까.' 개인이 마약을 하든 뭘 하든 국가의 통제는 억압이라 생각하는 천재 해커 로스(닉 로빈슨)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마약 거래가 가능한 다크 웹사이트 '실크 로드'를 개설한다. 익명거래가 가능하도록 사고팔 수 있는 모든 거래를 암호화했고 이후 실크 로드는 불법 행위 거래의 온상으로 급부상한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 당국은 온라인 마약 쇼핑몰이 된 실크 로드의 운영자를 쫓기 위해 혈안이 되고 정신과 치료 후 사이버 범죄과로 부서를 옮긴 베테랑 경찰 릭(제이슨 클락)이 마약 단속국에서 일했던 과거의 경험을 살려 로스의 숨통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한다.
영화 '실크 로드'는 2015년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인터넷 암시장의 악명 높은 핵심 인물' 로스 울브리히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로스의 치기어린 생각이 점차 걷잡을 수 없는 범죄로 확대돼 가는 과정을 팩트에 기반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지만 허를 찌르는 치밀한 내러티브와 반전보다는 인물의 심리에 좀 더 주목한다. "내가 원하는 세상과 현실의 괴리에 좌절했다"는 로스는 개인의 자유를 되찾자는 목적으로 스스로 미래로 치부하는 실크 로드를 만들었다. 법이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인류의 노력 중에서도 가장 숭고하다고 생각한 자유추구를 우선으로 생각한 것이다.
로스는 실크 로드를 통해 획득한 엄청난 부와 스릴감에 취해 당국의 집중 표적이 된 후에도 수사망을 피해 점차 대담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내가 한 일이 남들을 도왔길 바란다"는 착각에 빠져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갈등과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그 대척점에 있는 경찰 릭의 존재도 흥미롭다. 범인의 윤곽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FBI와 달리 일찌감치 로스의 실체를 파악한 릭은 러닝타임 내내 예측할 수 없는 행보로 흥미와 긴장감을 자아낸다.
로스는 비트코인을 '오락실 토큰'에 비유하며 완전한 익명거래를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한다. 익명성을 이용해 현재까지도 인터넷상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는 마약·해킹 등의 심각한 사이버 범죄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져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이면에 대한 폭로다.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사이버 범죄와 마우스와 키보드로 쉽게 범죄에 발을 들이는 네티즌의 행태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장르:범죄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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