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산업 투어] 수소의 시대가 온다

  • 장민제 BYTE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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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9 11:35   |  수정 2021-06-10 08:51

SK·포스코·한화·현대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이 수소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에는 수력·풍력·태양광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최근에는 수소가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며칠 전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은 수소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맺었고, GS칼텍스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수소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 기업들은 왜 수소를 핵심 미래 에너지원으로 낙점하고 잇따라 수소시장에 진출하고 있을까.

◆수소, 왜 좋고 왜 어려울까
수소는 관리만 잘 된다면 매우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많은 사람이 수소발전과 수소폭탄(혹은 폭발)을 연관 지어 생각하며 안전성을 의심하곤 하지만, 수소폭탄에 필요한 중수소, 삼중수소는 원자폭탄 정도의 고열이 공급되지 않는 이상 생성되지 않는다.

수소 에너지에 활용되는 수소는 일반적인 수소 분자이며, 불이 매우 잘 붙긴 하지만 적절한 안전장치를 이용해 관리한다면 폭발 위험은 크지 않다.

뿐만 아니라 석유나 석탄은 연소 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연소 시 공해 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발열량은 석유보다 3배 이상 높아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수소가 공해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에너지 효율도 좋다면, 왜 수소에너지는 지금까지 상용화하지 못한 것일까.

 

수소 생산에는 △부생수소 수집 △개질 △전기분해 등 세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데, 이 모두 생산효율이 높지 않은 단점이 있다. 

부생수소는 석유를 정제하거나 철을 만들 때 부수적으로 생기는 수소를 의미하고, 개질은 천연가스를 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 경우 부생수소는 양이 많지 않고, 개질은 분해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남은 방식은 전기분해인데, 만들어진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 그간 널리 확산하지 못했다.

낮은 생산 효율뿐만 아니라 저장 및 활용 기술 부족도 수소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수소는 자연계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다. 충분한 양을 보관하고 운송하려면 저장공간이 매우 크거나 저장 탱크의 압력이 매우 높아야 한다.

한화솔루션이 수소사업을 추진하며 미국의 초고압 탱크 회사인 '시마론'에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고압 보관 방식도 일정한 압력을 넘어가면 저장 용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에 한계가 존재한다.

수소 활용 기술의 부족도 수소의 에너지화를 제한하고 있다. 수소를 연소해 전기로 활용하기 위해선 연소로 만들어진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연료전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전기 에너지와 함께 열까지 만들어내기에 발열을 줄이기 위한 장치가 별도로 필요하다.

이렇게 수소는 장점도 많지만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점도 많기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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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최된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수소사업 나서는 정부와 대기업
정부는 에너지 전환이 빨라짐에 따라 세계 수소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소산업 관련 법을 제정하고,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수소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9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2020년 2월엔 수소경제 관련 법률을 공포하며 수소산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민간투자 계획과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SK·포스코·한화·효성 등 대기업은 2030년까지 43조 원을 수소경제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수소 에너지 활용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세계 각국이 목표로 하는 ‘넷-제로(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것)’ 달성을 위해서는 결국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고, 수소가 강력한 대안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선진국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작년 말에 밝혔다. 이를 위해선 언젠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만 한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수소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고, 그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에선 현대차·SK·포스코가 선도적으로 수소사업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약 11조 원, SK는 약 18조 원, 포스코는 약 10조 원의 자금을 수소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 기업들이 영위하는 자동차 제조업, 철강산업, 석유화학산업은 모두 에너지 전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에 속한다.

◆수소사업에 43조 원 쏟는 현대차, SK, 그리고 포스코
최근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미래 모빌리티사업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현대차는 배터리 충전식 전기차와 함께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주행하는 수소전기차도 생산하고 있다. 수소 전기차는 기존 전기차보다 충전 속도가 더 빠르고, 주행 거리도 더 길어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수소 전기차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수소 충전을 위한 인프라와 수소 저장 기술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한다. 현대차가 기업 차원에서 수소사업 육성에 나선 이유다. 현대차는 지난 2월 11조 원을 수소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그리고 충전소 설치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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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서울에선 최초로 국회에 설치한 수소차 충전소. [출처: 현대자동차]

SK는 석유화학사업을, 포스코는 제철사업을 하고 있다. 이 둘 다 높은 탄소 배출량을 자랑(?)하는 사업이다. 만약 이들이 친환경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추후 사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에 미래의 사업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리 수소사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두 기업은 전략적으로 수소사업을 진행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SK는 인천에 있는 석유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포스코는 철강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이용해 수소를 쉽게 생산해 낼 수 있다.

SK는 수소를 액체화해 운송효율을 높인 ‘액화수소’ 공장 건설과 연료전지 발전소 구축에 18조 원을 투자한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10조 원의 투자금을 쓸 예정이다. 원래 철광석에서 철을 생산할 때 석탄을 사용해 산소를 분리해 왔는데, 석탄 대신 수소를 써서 탄소 발생을 줄인다는 것이다.

수소사업을 위해 SK는 올해 초 미국의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의 지분 10%를 1조8천억 원에 인수했고, 포스코 역시 수소 기술을 가진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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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준공한 대산산업단지(충남 서산) 내 한화에너지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출처: 한화에너지]

이외에도 태양광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화는 태양광을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효성도 독일의 린데그룹과 함께 2023년까지 울산에 초대형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부터는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2050년 즈음이면 수소경제 시장 규모는 무려 2천5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와 기업은 빠르게 수소시장에 진출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민제 <BYTE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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