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산업 투어] 에너지 소비의 뉴 패러다임, 가상발전소

  • 장민제 BYTE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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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4 17:36  |  수정 2021-08-04 14:55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 원천기술을 보유한 주요국들은 기후위기 담론 확산을 계기로 코로나19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에 맞춰 자신들이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대체에너지를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2,2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예산을 수소 생산과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선진국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젠 전력망도 온라인이 연결된다?


이처럼 에너지 생산의 패러다임이 화석연료 채굴에서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으로 변화하면서, ‘이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논의 아래 등장한 개념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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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그리드 개념도. 출처: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기존의 에너지 배분 방식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가정과 산업 현장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에 ICT 기술을 접목해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라 전기를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전력 생산과 공급의 효율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앞으로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이 더 늘어날수록 스마트 그리드는 필수적인 시스템이 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에는 소규모 친환경 발전시설을 곳곳에 설치하는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는데, 분산형 전원이 늘어나 소규모 전력 생산이 많아질 경우 이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력망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아래에서, 남는 전력을 보관하고 다시 분배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발전소란?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는 소규모 에너지 발전기, 축전기, 연료전지 등 발전 설비와 전력 수요를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곳곳에 흩어진 태양광 발전기, 풍력 발전기 등을 클라우드를 이용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에서 사실상 전기를 저장하고 공급해주는 ‘발전소’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상발전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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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발전소 개념도. 출처: KERI


가령, 호주에는 수많은 태양광 발전기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정작 땅덩이가 넓어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호주는 가상발전소를 활용해 지역의 태양광 발전기들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고, 전력 수요처에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주고 있다. 기존에는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생산되는 대로 주변 지역에서 모두 활용해야 했다면, 이제는 곳곳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가상발전소들에 모으고 배분해 효율적으로 전기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가상발전소가 도입될 경우 자연재해로 인해 발전소의 작동이 멈추더라도 가상발전소에 저장된 전기를 공급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받아와 공급해줄 수 있게 된다.
 


가상발전소의 핵심, “분산 자원 관리”와 “수요자원 거래시장”


가상발전소는 ‘분산 자원 관리’와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핵심으로 한다. 분산 자원 관리는 곳곳에 흩어진 발전 설비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제어하는 공급 측면의 기술이다. 발전 설비를 통제하는 기술로, 클라우드를 이용해 관리하는 것이다. 어떤 발전 설비에서 어느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는지, 그리고 생산된 전기를 어디에 공급할지를 결정하는 것까지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분배한다.

수요자원 거래 시장은 소비자들이 아낀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전력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검침하고, 남는 전력은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전력 생산을 막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전기 사용 패턴을 잘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상발전소를 통해 수요자원 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태양광, 풍력 발전기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이 전력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가상발전소, 친환경과 무슨 상관?
 

기존의 발전소들은 중앙집중형 발전소라고 불린다. 거대한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여러 수요처로 일방적으로 전력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친환경 발전 설비들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태양광 발전기, 풍력 발전기는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ESS(에너지 저장 장치)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곳에 발전 설비가 흩어져 있을 때,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가상발전소가 필요하다.

또, 친환경 에너지는 에너지 생산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날이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의 경우 전력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가상발전소가 있다면 날이 맑고, 바람이 부는 날 초과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둔 뒤, 흐리거나 바람이 없는 날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전력 수급을 일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점점 더 늘어남에 따라 가상 발전소의 중요성도 커지는 셈이다.


가상발전소, 어디까지 왔나


최근 많은 기업들이 가상발전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순히 태양광 발전 설비만 판매하는 것보다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가상발전소로 전기를 보내주는 게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만 판매하는 것보다,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전기세를 받는 게 장기적으로 더 돈이 잘 벌리는 사업이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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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호주에 기획 중인 가상발전소 사업 모식도. 출처: 테슬라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이 가상발전소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으로 얻은 자금으로 미국의 가상발전소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했으며, 2023년쯤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역시 2022년까지 호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발전소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가상발전소가 꽤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가상발전소 시장에서 독보적인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회사가 가상발전소 산업의 선도 기업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장민제 <BYTE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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