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눈으로 보는 G2] 창당 100주년 중국공산당, 그리고 반격·복수·인민

  •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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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1 11:43  |  수정 2021-07-07 15:37

중국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1921년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제1차 전국대표대회를 시작으로 중국대륙에 뿌리를 박은 중국공산당이 '5천년 묵은' 중국을 차지한 것은 창당 28년만인 1949년 10월1일이다. 반(反)자본주의, 반(反)제국주의, 반(反)봉건의 기치를 걸고 천안문에 오른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인민에게 고깃국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고 소망했다. 

 

1929년 상하이에서 발간된 잡지 ‘생활주간’에 나타난 참으로 배고프고 비참한 중국이 20년이 흘렀어도 전혀 개선되지 않음에 대한 통탄이나 다름없었다. 국민의 배를 채우기 위해선 미곡생산, 식량 자급자족, 기아탈피 등 생존과 직결된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했다. 하지만 신중국 초기인 1952년 중국의 1인당 GDP는 119위안이었고 중공업 비중은 35.5%에 불과했다. 산업이 낙후했으니 먹고 살길은 막막했다. 

 

마오쩌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지금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의자와 탁자, 찻주전자와 찻잔, 약간의 식량과 국수 몇 가락, 종이 몇 장이 전부다. 자동차나 비행기, 탱크 어느 것 하나 만들지 못한다”고 한숨지었다. 

 

그러던 중국공산당 정부가 이젠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달로,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인의 소감을 들어보면 '우리 조국이 살 만해졌다. 어제보다 오늘이 좋고 내일은 더 좋을 것'이라고 한다. 안도감과 자신감이 물씬 풍기는 내용이다. 

 

이제 중국에는 펄벅이 소설 ‘대지’에서 이야기한 '굶어 죽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인육을 먹는' 그런 중국인은 더 이상 없다. 물론 대약진과 문화대혁명 시기 고통과 희생, 개혁·개방의 부작용이 남아 있지만 그들은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은원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의 영원한 주석 마오쩌둥의 초상을 위안화 전면에 안치시켰다. 이로써 100년(1921~2021) 풍상을 겪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실험은 성공했다.

 

오늘(7월1일)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이 열리는 베이징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가운데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기념식 행사에 앞서 지난달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7·1훈장’ 수여식이 열렸다. 29명의 수상자 명단에는 남중국해 민병 우수당원, 항미원조 전쟁 참가 우수당원, 신장 위구르 종교분열에 대항하는 우수당원, 티베트 수호 우수당원, 중국인도분쟁에 희생된 단장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선정대상과 이유가 상당히 선동적이다. ‘당과 인민을 위해 공헌한 당원으로 이상과 신념이 확고하고 당에 충성한 자, 그리고 중국혁명, 건설, 개혁과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 탈빈곤 등에 걸출한 공헌을 한 자’들이다. 6·25전쟁(항미원조) 참전군인 3명이 포함됐고, 한족을 포함해 회족, 만주족, 티베트족, 타지크족, 위구르족, 몽고족, 장족, 조선족 등 소수민족 인사도 포함됐다. 

 

선정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중국이 구상하는 새로운 100년의 목표가 보인다. 그들의 말처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승리의 자축연이고 그 영웅을 포상한 것이라면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100년은 분명 ‘반격과 복수의 100년’이 목표임을 알 수 있다. 

 

항미원조 전쟁의 참전자와 불법조업 선단을 이끌고 세계해양을 누비는 해상민병대를 앞세운 것은 미국과 제국주의 해양세력에 대한 맞대응을 암시하고, 아편전쟁의 치욕과 냉전에 대한 복수의 다짐이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은 지난 100년 동안 종합국력, 국제적 영향력, 소프트파워, 인민생활, 경제사회발전에서 기적을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구세계를 타파해 신중국을 건설하고 신세기와 신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리될까.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복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르크스주의와 중국특색사회주의에 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대일로'가 연결되고 인류운명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것은 공산당의 변질이다.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14만7000㎡ 규모의 ‘중국공산당 역사전시관’을 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된 역사전시관에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전시관 배치를 제1단계부터 4단계로 구분했는데 1~2단계는 마오쩌둥 시기, 3단계는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기, 4단계는 시진핑 시기로 나눈 점이다. 

 

마오쩌둥과 시진핑을 동급으로 배분하고,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를 한 단계로 묶어 평가절하한 것이다. 만약 시간이 지나 지금처럼 시진핑의 집권이 계속된다면 짜오즈양·후야오방·리펑처럼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3인의 지도자도 역사책의 행간에 묻히고, 시진핑의 공간만 점점 더 확대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중국공산당은 위험해진다. 중국공산당이 창당 100년 만에 15억 중국인민의 굶주린 배를 채우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민의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9천500만 공산당원과 15억 중국인민의 공산당'에서 '특정 개인의 공산당'으로 바뀌는 순간 더 이상 중국공산당은 없다.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 새로운 100년 전쟁을 알리는 선전포고도 좋다. 빈곤과의 전쟁,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와의 전쟁, 분열과 봉건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하는 것도 좋다. 그들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중국공산당 스스로 대의명분으로 내세운 ‘인민’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정치할 자격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공산당이 하늘로 섬긴다는 인민은 안락한 집에서 배부르고 편안하게 사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때문에 인민의 배와 지갑을 채워야 공산당도 있고 중국도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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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이 부럽기도 하다. 1백살이 된 정당, 15억 인구를 대표하는 정당, 당원과 지지자의 수가 우리 인구만큼이나 많은 정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부럽다.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이합집산해 개명하는 대한민국 정당을 보면 민주주의가 심히 부끄럽다. 민의를 반영해 국정에 투입하고, 전환과정에 개입해 관련 법령을 만들고, 정부의 집행을 감시하는 대한민국의 ‘정정당당한 정당’은 어디에 있는가.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2003~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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