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 전면시행 첫날] 대구경북 中企 "인력 못 구해 납기 못 맞췄다" 불만·하소연

  • 홍석천,김형엽
  • |
  • 입력 2021-07-01 20:50  |  수정 2021-07-03 13:47  |  발행일 2021-07-02

"이 정도면 사업을 접으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일을 못 하게 하는 고용정책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날인 1일 만난 플라스틱 사출업체 A사 사장은 공장 기계를 손질하다 공구를 내던지며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이날도 최소한 8명 있어야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공장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 3명을 포함해 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10명 정도를 추가로 채용해야 하지만 도리어 직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야근수당을 합해 평균 400만원 이상을 받아 가던 직원들이 주52시간 도입으로 평균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급여가 줄었기 때문이다.


A사 사장은 "야근 근무가 있지만 대기업 수준 이상을 받아 가던 직원들이 야근이 줄어들면서 급여도 깎이니 주52시간 근무제 영향이 없는 소규모 업체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신규 직원을 뽑아도 '돈이 적다' '일이 힘드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그만두기 일쑤"라고 전했다. 그는 "어떻게 된 게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책이 도리어 일자리 미스매치를 가중 시키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1일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가 계도기간 없이 시행됐다. 근로 단축에서 소외됐던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한다는 의도였지만 현실은 기대와 크게 다르다는 것이 지역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주52시간제는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됐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50인 미만 중소기업계는 근무체계 개편 등의 준비 여력이 없다며 보완책 내지 계도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지역 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 근무제가 일자리 미스매치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급여나 복지,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인력 수요가 적은 반면,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추가인력을 채용해야 하지만 정작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경북 고령군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는 B사 사장은 "뿌리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3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박 사장 업체는 금형을 가공하는 대표적인 뿌리산업이지만 기피하는 업종이다보니 절반 정도가 외국인 노동자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 근로 시행으로 월 수령액이 줄어든 직원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떠날 우려가 높아, 날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B사 사장은 "여러 외국인 노동자들이 근로 시간보다도 절대 수령액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높게 쳐 주는 농작물 수확 쪽으로 자꾸만 빠져나가고 있다"며 "내국인의 경우 일하기를 꺼려 하고, 외국인노동자마저 구하기 어렵다 보니 일거리가 있어도 납품 기일을 맞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종전에는 마진이 잘 나오는 승용차 부품과 그렇지 못한 상용차 부품 등을 가리지 않고 일감을 받아왔지만,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손해액을 물어줘야 하다 보니 상용차 부품 제작은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산업 사각지대에 수 많은 뿌리산업 기업이 포진해 있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주52시간 근로를 밀어붙여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 생산성과 현장 혼선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구염색산업단지의 한 염색가공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C씨는 "주52시간 시행으로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직원들 월급은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고정 지출은 똑같지만 생산된 물품은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미리 구조조정을 단행한 업체에서는 큰 혼란이 없겠지만 주야간 교대 업무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한동안 혼란을 겪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정부는 주52시간 근무제를 통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구직자는 외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정부는 탄력·선택근로제 확대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등을 통해 중소·영세기업의 애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7월1일 주52시간 근무제를 시작으로 개정노조법 시행(7월6일)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7월 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 등 달라진 노동정책들이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홍석천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김형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