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창호(인권운동연대 상임 활동가)…지금은 차별금지법의 시간

  •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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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5   |  발행일 2021-07-15 제21면   |  수정 2021-07-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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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호(인권운동연대 상임 활동가·대구경북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

코로나19로 한국 사회는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초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 명으로 늘어났을 때 시민들은 엄청난 충격을 겪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울 등 수도권에 상경했던 대구경북 시·도민은 일부 식당 또는 병원 출입구에서 당혹스러운 문구를 마주해야 했다.

"대구경북 시·도민은 코로나19로 출입을 금지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대구경북 시·도민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던 말로 형언하기 힘든 씁쓸한 기억이 있다. 심지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출산을 했던 대구 거주 산모는 출산과 함께 핏덩이 아기는 병원에 두고, 병원에서 쫓겨나야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있었다. 그야말로 대구경북시·도민에 대한 지역차별 또는 지역혐오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지역 차별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학교에서 공공기관에서 차별은 여전히 무거운 공기로 자리를 잡고 있다. 얼마 전 동아제약 채용 면접에서 "여자는 군대 안 가니 월급 덜 받아야 한다"는 면접관의 발언에 피해당사자의 문제 제기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그러나 차별로 고통을 받는 대부분의 피해자는 두려움에 밤낮으로 수백 번 자신과 싸우고 죽을 힘을 다해 용기를 내야 하거나, 직장에서 차별적 대우로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차별의 고통을 온전히 개인이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우리 삶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그건 차별이야"라며 문제 제기할 수 있으며, 두려움에 용기내지 않아도 "더 이상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말하며 살아 갈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구체화하고 그 이념을 실현하는 실체법이 없다. 정치권의 의도된 침묵은 차별금지법뿐만 아니라 헌법의 평등을 실현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무산시켰다.

국회가 외면하는 동안에도 시민의 차별 감수성이 높아지고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각각 진행한 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응답이 90% 가까이 나왔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평등법을 발의했다. 시민들에 의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청원 10만도 달성했다.

지난 15년 동안 차별금지법은 발의되었지만 그때마다 국회는 '차별은 나쁘지만 차별금지법은 나중에'라고 혐오에 타협하거나 굴복으로 점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혐오차별의 폭력을 개인의 고통으로 남겨두는 것은 국회가 자행하는 폭력이라 볼 수 있다. 이제 '다시' 차별금지법을 위한 국회의 시간이다!

서창호<인권운동연대 상임 활동가·대구경북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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