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新도시 기행 .6] 힐링명소-안동 월영교와 낙동강물길공원…호수에 비친 불켜진 달밤이 아름다운 '핫플' 야경맛집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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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5 07:35  |  수정 2021-08-05 07:42  |  발행일 2021-08-05 제10면

2_월영교
월영교는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원이 엄마의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다리로, 물안개가 피는 이른 새벽이나 달이 뜨는 밤에 가장 아름답다. <안동시 제공>

경북도청 신도시 인근은 '힐링 명소'가 많아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준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잠시만 나가도 자연과 어우러진 관광지를 만날 수 있다. '경북도청 신도시 기행' 6편부터는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신도시 인근의 힐링 명소를 소개한다. 6~7편에서는 안동의 명소인 '월영교와 낙동강물길공원' '예끼마을과 도산서원'을 다룬다. 8~9편에서는 예천의 대표 명소인 '회룡포와 장안사' '진호양궁장과 예천천문우주센터'를 직접 찾아 소개한다.

#월영교
원이엄마의 사랑 이어주려고 만들어
새벽에는 물안개…밤이면 두개의 달
다리주변에 테마길·나들이길도 조성
월영교 객사는 달맞이 최적의 장소
민속촌 고택서 숙박·체험도 해볼만

#낙동강물길공원
안동댐수력발전소 입구 왼쪽에 위치
예전엔 폭포공원·비밀의숲으로 불려
연못주변 메타세쿼이아·전나무 눈길
평상에 누워 물소리·새소리로 힐링
안동루서 보는 길게뻗은 호수 '장관'


강이기도 하고 호수이기도 하다. 안동댐과 보조댐 사이 4㎞ 남짓한 물길. 강은 흐르지만 흐름은 안정적이고 평화롭다. 댐은 근엄한 울타리로 섰고 양안은 편안한 높이의 산줄기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봄이면 물길의 동편에 벚꽃이 눈부시고, 가을이면 서편에 은행잎이 찬란하다. 이른 새벽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밤이면 두 개의 달이 뜬다. 두 개의 달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다. 달빛이 비추는 다리, '월영교(月暎橋)'다.

#1. 월영교

월영교는 길이 387m, 너비 3.6m인 목책 인도교다. 2003년 준공되었는데 당시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기록되었다. '월영'이라는 이름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달골(月谷)마을과 수몰지에서 옮겨온 월영대(月映臺) 바윗돌에서 따왔다. 다리의 모티브가 된 것은 400여 년 전 한 여인이 남긴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다.

1998년 안동 정상동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수습되었다. 그는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응태(李應台, 1556~1586)로 밝혀졌다. 미라에 가까운 시신의 머리맡에는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 한 켤레가 온전한 모습으로 놓여 있었고, 가슴을 덮은 한지에는 장문의 편지글이 적혀 있었다.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아들 원이와 뱃속에 유복자를 둔 채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젊은 아내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였다. 먼저 떠난 남편의 저승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신발을 만들고, 원망과 그리움과 지극한 사랑을 담아 편지를 썼던 여인, 원이 엄마. 월영교는 원이 엄마의 사랑을 영원히 이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다리 가운데 팔각 월영정(月映亭)을 앉혀 두고 양쪽으로 미투리가 서로 마주 보는 형상이다. 불이 켜지는 달밤에 다리는 가장 아름답다.

월영교 건너 오른쪽으로 '원이 엄마 테마길'과 '안동호반 나들이 길'이 조성되어 있다. 길가 철망 벽에 서로의 사랑을 담은 '상사병'과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원이 엄마 테마길은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길이다.

안동호반 나들이 길은 수변의 녹음 속에서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걷는 2㎞의 길이다. 가장자리에는 데크로드도 설치되어 있다. 자정까지 가로등이 켜져 있어 밤 산책 하는 이들이 많다.

연접한 산자락에는 수몰지에 있었던 보물인 석빙고와 경북유형문화재인 선성현 객사가 자리한다. 객사 옆에 월영대 바윗돌이 있다. 월영대는 원래 월곡면 사월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곳 야트막한 산자락의 소나무 숲에 금하재(錦下齋)란 정자가 있었는데 월계권공(月溪權公)이란 분이 시를 읊조리던 곳이었다 전한다. 권공이 세상을 뜬 후 그의 후손 병한(丙漢)이 선조의 자취를 남기기 위해 긴 암벽을 다듬어 새긴 것이 월영대 각자다. 월영대란 '달이 비치는 대(臺)'란 뜻이다. 월영대는 새로운 자리에 썩 잘 어울린다. 월영교에서 바라보면 새집 같은 산중턱에 새처럼 멋있게 앉은 객사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객사에서도 월영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달맞이하기에 더 없이 호젓하고 근사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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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루에 오르는 산길 모롱이의 숲속 쉼터. <영남일보 DB>

월영교 건너 왼쪽으로는 안동시립민속박물관, 안동민속촌, 개목 나루 등이 자리한다. 박물관은 안동의 유교 문화를 주제로 지어졌다. 광범위한 유교 문화를 한정된 공간에 전시하기 위해 아기 점지부터 어린이 성장 과정까지 포함한 관혼상제로 축약했으며 지역의 고유 민속자료 7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안동민속촌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가옥들을 옮겨와 야외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은 민속 경관지다. 야산의 좁고 가파른 골을 따라 까치구멍집, 이춘백 초가, 이원모 와가, 통나무집, 연자방아, 권백종 정효각, 이천서씨 열녀비 등이 층층이 앉아 있다. 초가 군락을 지나 언덕길을 넘어서면 전통 한옥단지가 펼쳐진다. 안동지역에 산재해 있던 정자, 재사, 서원, 고택 등의 건축물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몇몇 고택들은 숙박시설과 체험시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개목 나루는 민속촌 앞 강변에 조성되어 있다. 나루는 지난 3월 새 단장을 마치고 월영누리호(황포돛배)와 문 보트를 운항하고 있다. 초승달 모양을 본떠 만든 문 보트는 전동 레저 보트다. 선체에 LED 조명이 탑재돼 있고 조종 레버를 통해 누구나 쉽게 조종이 가능하다. 밤이면 형형색색의 초승달이 은은한 불빛을 내며 월영교 아래를 두둥실 떠다닌다. 이용요금은 월영누리호는 소인 5천원(18개월~만 12세), 대인 8천원이고, 문보트는 한 대당(최대 3인) 30분 운항기준에 2만8천원이다.

#2. 낙동강물길공원

월영교 입구에 즐비한 음식점과 카페를 지나 은행나무 길을 따라 가면 안동댐 아래 숨겨진 숲이 있다. 안동댐 수력발전소 입구 왼쪽에 위치한 이곳은 '낙동강물길공원'이다. 예전에는 '폭포공원'이라 했고 사람들은 '비밀의 숲'이라 부른다. 폭포가 떨어진다. 댐의 배수구를 통과한 물을 자연 낙차로 떨어뜨리는 인공폭포다. 폭포를 담은 연못은 무지개다리에서 슬쩍 꺾이어 좁은 듯한 습지로 이어지다가 얕은 징검다리 저편으로 다시 널찍하게 펼쳐진다. 하나의 수공간이 여러 개의 얼굴을 가졌다. 그 얼굴들을 간질이며 분수가 꽃잎처럼 떨어진다. 떨어지는 물방울의 가장자리로 수련들이 동그랗게 몰려든다. 분수 또한 댐에 저장되어 있는 물이다. 수위 차이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 되는 낙차를 이용한 무동력 분수라고 한다.

연못가에는 전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서 있다. 그들은 숲을 만들고 길을 만든다. 숲에는 평상이 누워있고 길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공원은 그리 넓지 않다. 그러나 단조롭게 재잘거리는 물소리, 나무의 향기를 담은 상쾌한 공기, 그리고 산뜻한 고요가 이 아름다운 장소를 충만하게 뒤덮고 있다. 낙동강 물길공원은 퇴계 선생을 생각하며 꾸민 정원이라 한다.

댐 아래에는 잔디광장이 시원하다. 다목적 구장과 풋살 경기장이 조성되어 있고 산책로에는 어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광장의 한쪽에는 안동댐의 수력발전소 수차가 놓여 있다. 1976년 안동댐 준공 이후 2017년까지 42년간 실제로 수력발전소에서 사용된 수차다.

수차 뒤로 벼랑의 숲이 치솟아 있다. 고개를 치켜들면 기와지붕이 슬쩍 보인다. 안동루다. 누각으로 오르는 길은 '단풍나무 길'이다. 곧장 치고 오를 것만 같았던 길은 숲을 요리조리 거닐며 나아간다. 강을 향해 열려 있는 산모롱이에는 커다란 테이블과 멋진 의자들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앉아 있다. 이제 안동루까지는 지그재그로 오르는 아찔하게 가파른 계단이다.

누마루에 서면 평화롭고 웅대하고 그림과 같이 세밀하게 정돈되어 있는 풍경에서 깜짝 놀란다. 안동루 바로 옆으로 안동댐 정상 길이 연결된다. 넓고 곧은 길이다. 길 끝에 세계물포럼센터가 보인다. 이 댐을 쌓는데 장장 5년이 걸렸다. 그리고 1976년 10월 높이 83m, 길이 612m의 안동댐이 완공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겸용 댐이라 한다. 안동댐은 홍수 방지, 농업, 식수, 관광 등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정상의 한가운데에서 강을 본다. 강물은 월영교를 지나 멀리 산과 산 사이로 희부옇게 사라지고 있다.

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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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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