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33) 도쿄 올림픽 '명언'

  •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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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9 11:52   |  수정 2021-10-04 11:52

17일간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팬데믹으로 대회 개최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코로나시대에도 스포츠는 살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직관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실제 33경기 339종목이라는 규모에 걸맞게 명장면도 많았다. 일본 미디어는 연일 올림픽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그 중에는 선수나 경기 해설자의 명언도 있었는데, 필자는 스케이트보드 해설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개막 나흘째인 지난 7월26일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결승전이 열렸다.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는 계단, 난간 등 길거리 구조물 위에서 진행하는 종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젊은이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 처음 도입했다.

그런데 금·은·동을 다투는 선수들이 너무 어려 보여 두 눈을 의심했다.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니시야 선수는 만 나이로 13세다. 니시야가 금메달을 확정 짓는 중요한 트릭을 성공시키는 순간, 중계하던 아나운서 쿠라타가 외치다시피 던진 말은 더 감동적이었다.

"됐다! 13세. 한여름의 대모험!"

한여름 새파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하게 미소짓는 소녀의 모습과 너무나도 잘 맞는 멘트였다. 마치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이 '명언'은 트위터 트렌드에도 올라가며 화제가 됐다.

해설을 맡은 젊은 프로 스케이트보드 선수의 능글맞은 언어와 정중한 방송 언어를 쓰는 아나운서와의 절묘한 궁합도 돋보였다.


'超やべー(쩔어)' 'ハンパねぇー(짤없네)' 등 친구 사이에 쓰는 신조어나 줄임말 등 지금까지의 스포츠 중계에는 없던 편안한 말투가 전파를 타고 안방에 그대로 전해졌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의심했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 금세 익숙해져서 다음 장면 때는 과연 어떤 말투로 해설을 해줄 건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집중하다 보니 스케이트보드의 경기 규칙이나 내용을 잘 몰라도 끝까지 재미있게 관전할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필자의 마음속 올림픽 명장면 1순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이다.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를 되뇌던 모습이 뇌리에 남아 있다. 한창 일본 취업을 준비하던 때여서 막막함과 불안함이 가득했던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지금도 막막하거나 무력감이 찾아올 때면 해당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그동안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계속해서 패럴림픽에서 펼쳐질 명장면도 기대 중이다. 대한민국 파이팅!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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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민 엔지니어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라이풀은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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