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다시 날아오르는 대구 프로 스포츠(2)... "자존심 되찾자" 구단 전폭지원, 선수들도 이 악물고 뛰어

  • 유선태
  • |
  • 입력 2021-10-22   |  발행일 2021-10-22 제34면   |  수정 2021-10-22 08:48
클럽하우스 천연잔디 구장 조성
최적의 환경에서 훈련·휴식 전념
01
9월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 경기 1회말, 1루에 있던 삼성 박해민이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자 재빨리 귀루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02
9월12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한화 더블헤더 2차전 경기 9회초 2사에서 피렐라가 득점한 뒤 포효하고 있다. 피렐라는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많은 95타점을 올리며 찬스에 강한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남일보 DB>

'가을야구 확정' 삼성라이온즈
선택형 인센티브제·1인1실 숙소
선수들 성취감 느끼며 운동 집중
원태인 등 선발 3인방 다승왕 경쟁
타선도 신구조화 이루며 고루 활약
95타점 피렐라 '찬스 해결사' 역할
'새집증후군'딛고 6년만에 PS진출


5년간 절치부심한 삼성의 이 같은 대약진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을 꼽을 수 있다. 20일 기준 뷰캐넌(16승)·백정현(13승)·원태인(13승) 등 선발 3인방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세 선수는 선발승으로만 42승을 합작하며 팀승리의 57.5%를 차지하고 있다. 세 선수는 현재 다승 최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같은 팀 선수끼리 다승왕을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2018년 두산 이후 세 명의 선수가 15승 이상을 거두는 팀이 될 수도 있다. 덕분에 삼성은 현재 리그에서 선발 다승 1위, QS 2위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삼성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최적의 조합을 이루었다. 타자 쪽에서 OPS 기준(20일 현재) 강민호 0.859, 오재일 0.871, 구자욱 0.863, 박해민 0.777 등 베테랑들이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2년차 신예 김지찬은 타율 0.278, 22도루로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베테랑 타자들과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2021101701000490100019913
9월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SSG 경기 1회말 2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삼성 오재일이 솔로 홈런을 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라이온즈 2021년 기록
·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 10승 투수 3명 배출(뷰캐넌·백정현·원태인)
· 오승환, 최고령 40세이브 달성
· 선발 다승 1위, QS 2위
· 팀도루 1위(138), 팀타격 3위(0.267)


04
9월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삼성 경기 9회말 2사 2루서 5번타자 이원석이 중전 끝내기 1루타를 치자 선수들이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불펜진에서는 끝판대장 오승환이 불혹의 나이에도 43세이브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지광·이승현·문용익 등 젊은 선수들도 불펜에서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외국인 듀오의 활약도 삼성 약진의 주요한 배경이 됐다.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한 뷰캐넌의 활약이 뛰어나다. 166.2이닝을 던지며 16승 ERA 2.97로 선발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새로운 왼손타자 피렐라의 활약도 눈부시다. 28홈런 OPS 0.854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점도 팀에서 가장 많은 95타점을 올리며 찬스에서 강한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준 프런트의 역할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프런트는 올해 새롭게 뉴타입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수들은 기존의 획일적으로 연봉을 받던 형식에서 벗어나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선수들은 성과가 바로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한다.

프런트는 이밖에도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21년 4월1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출정식을 진행하며 혼연일체를 올해 팀의 방향으로 내걸었으며 선수단 숙소를 1인1실로 배정했다. 선수단과 수시로 소통하며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2021101701000490100019914
8월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김천 상무의 FA컵 4강전에서 대구 선수들이 역습하고 있다. <대구FC 제공>
'정규리그 3위' 대구FC
클럽하우스 천연잔디 구장 조성
최적의 환경에서 훈련·휴식 전념
나이·국적 상관없이 선수들 단합
조현우 이적 악재, 팀워크로 극복
팬들 응원 힘입어 홈 승리 압도적
리그 최초 3년연속 파이널A 진출

 

◆역대 최고의 정규리그 성적으로 마감한 대구FC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붐에 힘입어 한국 최초로 시민구단의 개념으로 창단해 2003년부터 K리그에 참가했다. 창단 배경에는 대구시민들의 축구단 열망이라기보다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텅 비어버린 대구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하기 위해 대구시에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게 더 크게 작용했다. 2003년부터 2013년 시즌까지 1부 리그에서 뛴 대구는 그동안 7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2013년에는 13위를 기록하며 2부리그(K리그2)로 떨어졌다.

대구는 창단 초기만 해도 인기 구단이었다. 성적도 그렇고 사건사고가 줄줄이 터지며 2000년대 후반에 많은 팬들이 이탈했다. 2014년에는 경기당 966명 입장이라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학교 단체관람을 빼면 경기당 600명 수준이라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그러나 2014년 조광래 대표이사 취임 이후 대구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유망주 중심으로 선수단을 개편해 2016년 K리그1으로 승격했으며 2018년 FA컵 우승, 2019년에는 축구전용경기장 신축까지 완료돼 17년간의 대구스타디움 시대를 뒤로하고 고성동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대팍)시대를 열었다. 전용구장은 대구선수단의 숙원이었다. 1만2천석으로 규모는 작지만 필드와의 거리가 7m밖에 되지 않아 최상의 관람 환경을 자랑한다. 대구는 창단 후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했다. 2018 대한축구협회컵 우승팀 자격이다. ACL은 아시아 각국의 프로축구리그 우승 클럽과 상위 클럽들이 참가해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국제대회라면 영남일보가 주최한 '한-일전'에 출전한 게 전부였던 대구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해 시즌 K리그1 상위 스플릿 진출과 ACL 조별리그 통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20년에도 상위 스플릿에 진출해 5위라는 역대 최고 타이 성적을 남겼다.

대구FC 2021년 기록
· K리그 최초 3년 연속 파이널A 진출
(2019~2021)
· 역대 최다 무패 기록(리그 11경기)
· 역대 최다 연승 기록(리그 6연승)
· 높은 홈승률(66.7%)
2021101701000490100019915
대구FC의 공격수 에드가. 대구FC는 이번 시즌 선수들 간의 팀워크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대구FC 제공>
구단의 인기도 되찾았다. FA컵 우승과 같은 호재들이 겹치면서 2018년 하반기부터 평판이 오르더니 2019 시즌 새구장 이전 후부터는 수차례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등 표가 없어서 못 가는 수준이라 무료표를 점차 없애기 시작했으며 결국 무료표는 완전히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조광래 대표이사의 정책이 결실을 맺게 되었고 실제 스폰서나 시장도 직접 티켓 끊고 들어올 정도가 됐다.

2019년부터는 대팍이 완공되면서 평균 관중도 2018시즌의 3배로 증가, 1만명을 가뿐히 넘겨 2019 K리그1의 흥행을 주도했다. 티켓 총수입은 22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고 객단가도 1만명을 넘겼다.

지난 시즌 대구는 K리그1에서 역대 최고 순위 타이기록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했다. 2년 연속 파이널A(1~6위) 진출과 두 번째 ACL 티켓 확보 등 성과를 거뒀다. 대구의 올 시즌 개막전 목표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축구 팬들은 올 시즌 대구의 성적에 물음표를 붙였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이적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세징야의 잦은 부상도 대구의 현상유지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는 이 같은 우려와 시즌 중반의 극심한 부진을 극복하고 21일 현재 13승10무9패 승점 49점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24일 수원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정규리그 3위를 확정 지었다. 올 시즌 대구의 의미 있는 기록을 살펴보면 3년 연속 파이널A 진출(2019-2020-2021), 역대 최다 무패 기록(리그 11경기), 역대 최다 연승 기록 (리그 6연승), 높은 홈승률(66.7%) 등이 있다. 특히 3년 연속 파이널A 진출은 시민 구단 중 K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대구의 선전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고참 선수들의 리더십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어우러진 최고의 팀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올 시즌 이근호, 이용래 등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고참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밸런스를 잡아주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선수단 전원이 모여 자발적으로 미팅을 가지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면서 팀워크를 다졌다. 고참 선수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 또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정태욱, 정승원, 김재우가 도쿄올림픽 대표로 차출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최근 이윤오, 조진우가 U-23 대표팀 훈련에 소집됐다. 또 대구 산하 유스 시스템(신흥초등-율원중-현풍고)을 모두 거친 이진용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간의 조화도 좋은 성적의 바탕이 됐다. 대구는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세징야와 에드가가 팀 공격포인트의 대부분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선수는 국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5년 중 홈승률이 가장 높았던 점도 한몫했다. 2017년 55.3%(7승7무5패) 였던 홈승률은 2018년 39.5%(5승5무9패)로 떨어졌지만 이듬해인 2019년 52.6%(6승8무5패), 2020년 57.7%(6승3무4패), 2021년 66.7%(7승6무2패) 순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대팍을 찾은 팬들의 발구르기 응원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 한 발 더 뛸 힘을 준 것이다.

훈련과 휴식에 전념할 수 있는 시설 확충도 호성적의 바탕이 됐다. 대구FC는 2019년 클럽하우스 'SKY FOREST'를 신축해 선수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훈련과 휴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21년 초부터는 클럽하우스 내 천연잔디 훈련구장을 사용해 선수단이 최적화된 동선으로 훈련을 진행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선수들이 최상의 성적을 내는데 일조했다. 이밖에도 적절한 선수 영입을 통한 팀 전력 강화, 대구 특유 '빠른 역습' 전술을 살리는 수비 안정 효과 등도 대구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

이병근 대구FC 감독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외국인 선수와 한국 선수들, 고참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이 단합이 잘 되는 덕분인 것 같다. 시즌 중반 힘든 순간이 왔을 때마다 함께 잘 이겨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구단에서 선수단에 지원을 잘 해주셨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구단, 그리고 팬 여러분까지 함께 힘을 냈기에 모두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정규 라운드(1~33R) 3위를 확정 지었지만 파이널 라운드A(34~38R)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하기 위해 조금 더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북돋우려고 한다. 최종 순위 3위에 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