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산의 제자 한국무용가 백년욱 "스승의 수건춤 유일 전승 원형 그대로 이어가겠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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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5   |  발행일 2021-10-25 제20면   |  수정 2021-11-01 15:47

백년욱
백년욱씨

"본인이 어떤 생각이 있다면 남이 뭐라 해도 안 되는 예술가로서 고집이 있으셨어요. 본인 철학이 분명한 분이셨습니다."

지난 19일 대구 중구 남산동 학원에서 만난 한국무용가 백년욱〈사진〉씨는 정소산 선생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백씨는 10세 때쯤 정소산 선생을 만나 계속 춤을 배웠고 조교로도 활동했다. 1966년 자신의 이름으로 학원을 낸 후에도 계속 정소산 선생의 작품에 참여했다. 이후 정소산 선생이 1978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인연을 이어갔다. 1천명이 넘는 제자가 정소산 선생을 거쳐 갔지만, 그의 춤을 이어가는 건 백씨뿐이다. 2003년에는 자신의 정기 공연을 정소산 선생의 추모 공연으로 기획하기도 했다.

"내 공연 프로그램을 보면 '총지휘 정소산' 이런 식으로 이름이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으로 보면 예술감독이셨던 것 같아요. 아마 저를 통해서 자신의 춤 세계를 펼쳐 보이셨던 것 같습니다."

백씨는 정소산 선생이 말은 많이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정소산 선생이 춤에 관해 얘기했던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은 늘 '춤을 거미처럼 추어라'라고 하셨습니다. 거미가 조용히 있는 것 같지만 큰 움직임으로 거미집을 짓는 것처럼 움직임이 없듯, 무겁게 추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정소산 선생이 애착을 가졌던 건 '수건춤'이다. 백씨는 "선생님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수건에 담아서 펼쳐 보이는 춤이라고 항상 설명하셨다. 수건을 그냥 흔드는 게 아니라 감정을 넣으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 춤을 배우면서 항상 귀에 담아왔던 이야기고, 나도 그렇게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춤 세계가 확고했던 스승의 정신을 이어받은 백씨는 스승의 춤을 원형 그대로 후대에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아무리 춤 잘 추는 사람이라도 선생님 춤을 어긋나게 추면 필요 없습니다. 제가 그대로 전수를 할 것이고 또 내 춤을 그대로 전수한 사람이 계속 이어가고…. 이렇게 선생님의 춤이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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