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독도 파노라마 (18)] "울릉도를 이렇게 내팽개쳐 둘 거라면 차라리 일본에 팔아버리지요"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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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3   |  발행일 2021-11-15 제24면   |  수정 2021-11-15 11:05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울릉도로 이끈 울릉 출신 공무원의 한마디
1박2일 방문 울릉도 근대화의 시작
옛 울릉군수 관사는 지금 박정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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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울릉군수 관사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해 문을 연 박정희기념관 모습.<울릉군 제공>

"울릉도를 이렇게 내팽개쳐 둘 거라면 차라리 일본에 팔아버리지요."
경북 울릉도 도동 시내에 있는 박정희 기념관(옛 울릉군수 관사)에 새겨진 문구다. 울릉도 출신 공무원의 고언은 박정희 의장을 울릉도로 이끌었다. 1962년 10월 11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군함을 타고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해 옛 울릉군수의 관사에서 당시 박창규 울릉군수, 이일선 울릉도의원 병원장, 민기식 1군 사령관, 이맹기 해군참모총장 등과 저녁 식사를 나누고 하룻밤을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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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의장(오른쪽 두번째)의 울릉군청 방문모습.울릉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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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의장(왼쪽)이 울릉군청에서 울릉도 현안에 대한 상황을 보고받는 모습.울릉군 제공
울릉도 어르신들은 "이날 저녁상에는 울릉도 주민들이 직접 잡은 전복, 오징어 등 해산물과 명이나물 등 울릉도 산채 그리고, 소고기 요리를 만들어 대접했다"라며 그날을 회상했다. 그날의 만찬은 울릉도의 미래를 꿈꾸게 했다. 박 의장은 그날 저녁 울릉군수와 주민들로부터 울릉군의 현황과 독도경비대의 열악한 환경, 울릉도 어민들의 어려운 사정들을 주의 깊게 듣고 돌아가 바로 울릉도 개발을 지시하게 됐다.


이날 운명의 하룻밤은 울릉도 근대화의 시작이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울릉도는 그야말로 야생 그 자체였다. 험준한 산에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으로 제대로 된 길이라곤 당연히 없었을뿐더러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주민들에 의해 작은 왕래길 정도가 개설됐지만, 겨울이 되면 폭설로 길이 막혀 이동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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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도동항의 모습. 방파제나 접안시설이 없어 여객선이 도동항 입구 바다위에 정박해 있다.<울릉군 제공>
울릉도에 처음으로 도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폭 1~2m에 약 59㎞ 도로가 신설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도로는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정도의 길이었다. 하지만 이 도로는 길폭이 협소해서 폭풍과 폭우에 쉽게 끊기곤 했다. 1940년 보수해서 사용했지만 1959년 9월 태풍 사라호 때 형체조차 없어졌다. 거센 파도를 막아줄 방파제나 제대로 된 접안시설 하나 갖추어지지 못해 군청 소재지인 도동항조차 초라한 작은 항구에 불과했다.


울릉도를 방문한 직후 박 의장의 지시로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1963년 3월 8일 각의에서 의결돼 정부의 지원으로 본격적으로 울릉도 개발이 시작됐다. 이 계획은 울릉도 정기여객선의 취항, 방파제와 접안시설 신설, 울릉도 일주도로 개설, 수력발전소 착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과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 개발을 필두로 7곳의 어항을 신설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수산청·항만청·경상북도·울릉군 등 4개 관청에서 총 187억 7천650만 원의 경비를 투입해 울릉도의 면모를 일신하는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또 박 의장은 울릉도의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고 1966년에는 홍순칠 등 독도의용수비대원을 청와대로 초대해 만찬을 베푸는 등 울릉도·독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박정희기념관
경북 울릉군 도동 시내에 지난 2015년 울릉군수 관사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해 문을 연 '박정희기념관 모습.<울릉군 제공>
울릉도 주민들은 1963년 9월 박 의장의 방문과 울릉도 개발사업 추진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울릉군의 군목인 후박나무 숲이 우거진 저동항 인근 관해정에 박 의장 방문 기념비를 세우고 지금까지 관리해오고 있다. 일본식 가옥 형태로 지워진 옛 울릉군수의 관사는 2006년 전까지는 울릉군수의 관사로 사용되었다가, 2006년 정윤열 전 울릉군수 취임 이후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이후 울릉군은 지난 2015년 7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울릉도 방문 시 숙박했던 이곳을 9억6천700만 원을 들여 대지 950㎡, 건축면적 152㎡ 규모의 '박정희 기념관'으로 탈바꿈 시켜 개관해 1962년 박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의 사연을 고스란히 담아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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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관 내부 모습. 벽면 위쪽에 박정희 의장을 울릉도로 이끈 유명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울릉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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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10월 10일 박정희 의장이 울릉도 방문 당시 울릉군수 관사에서 가진 만찬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울릉군 제공>


전시관은 나무로 된 집과 밖에는 향나무로 장식된 정원, 대나무로 된 담장 등이 인상적이다. 집 뒤쪽엔 일본 강점기에 판 방공호도 남아 있다. 1962년 울릉도를 방문했던 박 의장이 섬을 방문, 시찰 모습의 밀랍 인형과 사진, 가옥에서 하룻밤(다다미방), 야외 포토존, 영상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몄다. 시찰 당시 영상과 글씨도 함께 전시해 당시 박 의장의 다양한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현재 울릉도가 발전한 모습들도 많이 전시돼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임정원 〈울릉군 문화관광해설사〉 

정용태 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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