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왜 국산 애니메이션은 유치할까

  •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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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3   |  발행일 2021-11-23 제22면   |  수정 2021-11-2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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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며칠 전 국산 애니메이션 '무녀도'의 사전 VIP 시사회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토종 무속신앙 소재로 만든 애니로 무당 어머니와 기독교 아들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본에는 지브리, 서양에는 마블, 디즈니, 픽사…, 한국 하면 어떤 곳이 떠오르나. 실제 해외 유명 애니의 제작 참여 인원은 다수가 한국 하도급 업체들이다. 우리의 제작 능력이 결코 뒤처져서가 아니라 국내의 애니는 유아용뿐이라 단정 지으며 재미없고 유치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고 이러한 외면들이 국내 애니 산업을 더욱 침체시키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는 자식들의 손을 꼭 잡고 혹은 친구들과 함께 "렛잇고~렛잇고~" 하며 유행에 뒤처질라 꼬박꼬박 챙겨 보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지브리 애니는 OST까지 찾아 들으며, 연초에 개봉했던 일본의 '귀멸의 칼날'은 코로나 시국에도 국내에서 110만명 이상이 보며 국내 영화 순위 1위를 석권했다. 반면에 국산 애니를 영화관에서 본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국산 애니 중 유아용이 아닌 전 연령을 아우르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혹자는 "재미있게 만들면 봤겠지"라고 한다. 가장 최근인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그나마 최근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더 거슬러 올라가 드라마 '별그대' '태양의 후예', 또 웹툰들까지. 이 모든 콘텐츠는 범국가적으로 크게 인기를 얻었다. 그만큼 국내의 콘텐츠 창작 능력과 시나리오 개발은 결코 뒤처지지 않으며 애니메이션은 단지 이 영상 콘텐츠들을 사람에서 그림으로 옮겨 움직이게 하면 애니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왜 한국 애니메이션은 전 연령층이 소비하지 않는 것일까. 해외에서 국내 콘텐츠가 환영받는 이유는 연출의 세련미와 시나리오의 참신함이다. 고로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는 많다. 하지만 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 비해 애니 제작은 유독 자본력에 따라 질적 수준 차이가 심하다. 물론 어떤 콘텐츠라도 막강한 자본이 투입되면 질적 수준이 더욱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애니의 경우 멈춰 있는 캐릭터에게 숨을 불어넣기 위해 매 컷을 전부 사람들이 그려내고 만들어내야 하므로 비용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고 소비자들이 갑자기 국산 애니에 관심을 가지게 될지도 미지수이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타깃의 한계성도 결코 무시 못 한다. 그렇기에 섣불리 투자를 감행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에는 유독 장난감용 애니가 많다. 물론 모든 콘텐츠가 OSMU를 지향하지만, 유독 애니에서 장난감이 많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애니 시장은 애니 자체의 수익보다 장난감 및 인형 등 굿즈의 수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투자 회사들도 장난감을 만들기에 적합한 애니메이션에만 투자를 하고, 스튜디오들도 투자를 받기 위해 장난감 제작을 위한 애니를 만드는 것에 더 열중하고 있다. 그러니 유아용 애니들이 더욱 넘쳐나는 것이다.

24일 국산 애니 '무녀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유아용이 아닌 애니메이션은 안 된다고, 힘들다고, 그래서 더 쉽게 가지 못하는 길임에도 묵묵히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한 국내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처음으로 국산 애니를 영화관에서 보는 경험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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