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다음 정부에서 꼭 바꿔야 할 정책은?

  • 박종문
  • |
  • 입력 2021-11-25   |  발행일 2021-11-25 제23면   |  수정 2021-11-25 07:06

2021112301000705200028011
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겸 교육팀장

정권을 잡으면 집권기간 동안 주력하는 정책이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5년 단임제 시행 이후 백화점식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그 정부 성격을 관통하는 정책을 하나쯤은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 문재인 대통령은 뉴딜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뭔가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위해 국정동력을 모아 한 단계 성장하자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 등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초기에는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며 정책추진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바빠진다. 정부 기조에 잘 맞추면 기대 이상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예산은 아무리 비전이나 정책효과가 있더라도 예산당국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고, 어렵사리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이리 잘리고 저리 잘리고 해서 아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녹색성장, 창조경제, 뉴딜과 같이 당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사업계획서 제목을 '녹색성장~' '창조경제~' '뉴딜~'과 같이 이름만 갖다 붙이면 예산당국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다. 주력 정책추진과 별반 관계가 없는 부서에서도 앞에 '녹색성장''창조경제''뉴딜'을 붙여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예산을 확보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경험이 많은 공무원들은 이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와 사업계획서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과 '창조경제' 예산은 규모가 엄청나다. 실제 별반 관계도 없는 예산과 사업을 합치니 마치 모든 정부부처가 동원돼 총력전을 전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허수가 많고 돈잔치나 예산낭비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현정부가 추진 중인 뉴딜정책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분석해보면 늘 하던 사업에서 이름만 바꾼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정권교체와 함께 이런 보여주기식 정책은 사라진다는 점이다. 물론 새로 집권한 정권이 또 다른 보여주기식 정책을 내놓겠지만 그대로 최장 5년을 버티지는 못한다.

그런데 정권을 넘어 생명력을 유지하는 정책이 있다. 대표적으로 꼽으라면 일자리창출(취업)과 출산관련 정책이다. 일자리창출 사업은 정부가 산업구조개편에 실패해 구조적 실업이 확대되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방향을 바꾸고 예산을 더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해보지만 산업환경이 바꾸지 않는 한 큰 정책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자리 창출 환경 자체가 그대로 인해 예산을 투입한다고 취업이 잘 될 리 만무하다. 출산정책은 더 한심하다. 지금의 환경에서 신혼부부나 청년세대들이 애를 낳아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데 애 낳으면 몇백만원씩 준다는 정책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애 낳으면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걱정 없이 애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애를 낳으라고 하지 않아도 출산율은 높아지게 돼 있다. 주거안정을 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교육비 부담을 없애고, 학력차에 따른 임금격차를 줄이며, 직장여성에게 육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환경조성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태어날 아이가 아니라 이미 태어난 우리들(국민들)이 두 다리 뻗고 잠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 해야 될 정책이 아닌가?
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겸 교육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