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독재자와 미디어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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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07:13  |  수정 2021-11-26 07:13  |  발행일 2021-11-26 제22면

전두환씨가 지난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한 소식이 온라인 뉴스창을 달궜다. 누리꾼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사과 없이 사망한 전두환씨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을 주로 남겼다.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한 전두환씨는 광주시민 등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희망을 짓밟고 대한민국의 제11·12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전두환 정권은 삼청교육대 등 국민의 인권을 제한하는 초법적 정책을 시행한 것은 물론, 1980년 언론사 난립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언론통폐합'을 단행, 언론 길들이기와 통제에 나선 바 있다. 영남일보 역시 '1도 1사(한 지역에 하나의 언론사)' 원칙을 내세운 신군부의 폭거 앞에 폐간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신군부의 서슬 퍼런 독재 앞에 대다수 언론은 고개를 숙였다. 전두환 집권기인 5공화국 당시 TV 뉴스는 국민으로부터 이른바 '땡전 뉴스'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뉴스는 늘 전두환 대통령의 동정 보도로 시작됐다. 대통령 동정 뉴스가 끝나면 '한편'이라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당시 부인인 이순자씨의 동정 뉴스가 전파를 타고 브라운관에 전달됐다. 1980년대 초반 출생자까지도 '땡전 뉴스'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을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해외 순방 소식은 모든 이슈를 제치는 '핫토픽'이었다. TV에 대통령 순방 특집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동원된 학생들은 도로변에서 태극기를 흔들어야 했다. 지금도 동영상 공유 앱에서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던 언론인들의 낯부끄러운 행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독재자의 국민 통제는 언론 등 각종 매체를 통한 선전으로 점철됐다. 독일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1902~2003)은 나치의 선전 영화 '신념의 승리'(1933), '의지의 승리'(1934)를 비롯해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 '올림피아'(1938)를 만드는 등 나치와 아돌프 히틀러의 위대함을 찬양했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1897~1945)도 교묘한 선전을 통해 나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괴벨스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소련군의 베를린 공략이 한창이던 1945년 히틀러의 벙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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