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눈으로 보는 G2] 미국 연준의 권력과 금리 인상

  • 변영학
  • |
  • 입력 2021-11-30 15:41  |  수정 2021-11-30 15:44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제롬 파월을 재신임했다. 파월은 곧 상원 청문회를 거쳐 내년 2월부터 4년 임기를 다시 시작한다. 재신임 후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지원하고 물가 상승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쓸 것”이라고 천명했다. 무슨 의미일까.

연준은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가 움츠러들자 인위적으로 달러를 주입하며 활력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최근 경제가 좀 살 만하니까 '테이퍼링(Tapering·정부가 통화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행하던 양적완화 조치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돈줄을 죄고 내년 중하순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주요 국가의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강세가 세계시장을 흔들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한다. 주권자인 시민이 선출하지 않음에도 사법부·행정부·의회도 쩔쩔매는 권력을 갖는다. 이러한 거대한 경제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미국의 파워는 본질적으로 달러에 있다. 모든 나라가 달러 화폐를 원하지만 정작 생산·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미국이 독점하는 상품이라 하겠다. 기축통화의 힘이다.

연준이 종이에 10달러를 찍으면 10달러가 되고, 50달러로 찍으면 50달러가 돼 세계 금융시장에 유통된다. 종이·염료 값, 특수 인쇄비, 인건비, 유통비,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100달러 지폐의 원가는 넉넉히 쳐줘도 3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다. 3달러의 원가로 100달러 상품을 만들어 냈는데, 전 세계가 그 상품을 원하고 미국만 독점 생산할 수 있다. 97달러의 이윤은 미국이 먹는다.

기축통화가 갖는 무소불위의 파워는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통화체제는 달러와 연계된 금본위제에 의해 운영됐는데, 미국 닉슨 대통령은 각국의 금 보유량에 따라 화폐를 찍어내던 금본위제를 싫어했다.

 

닉슨은 1971년 이후 그 족쇄를 벗어던졌다. 미국은 자신이 원하면 달러라는 종이 돈을 마음대로 찍어 낼 수 있게 됐다. 물론 금리, 환율, 재정, 무역수지 등의 제한이 있지만 미국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달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 역시 지구가 망하더라도 가장 마지막에 망할 나라가 미국이라는 신뢰를 갖게 됐다. 종이 인쇄물이 미국의 글로벌 권력에 의해 가장 신뢰할 만한 화폐로 재탄생한 셈이다. 종이가 권력을 업고 자본이 됐다.

여기서 질문 하나. 미국 중앙은행은 시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는 국가기구일까? 아니다. 연준은 국가 소유 은행이 아닌, 민간 기업이다. JP 모건 등 민간 은행이 연준의 지분을 100% 소유한다. 연방이사회는 워싱턴 D.C.에 있지만 전국에 연방준비은행 12개가 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시카고·세인트루이스·댈러스 등에 분산돼 있다. 

 

미국 정부는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빌려 오는 식으로 화폐를 조달한다. 우리가 중앙은행을 ‘은행의 은행’으로 부르는데, 연준은 금융자본의 총연맹이라 하겠다.

연준과 은행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뱅크런(Bankrun)과 인플레이션이다. 1907년 공황으로 인해 예금자들이 은행에 몰려가는 대규모 인출사태가 발생하자 수많은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파산했다. 이때 당대 최고의 금융자본가였던 존 피어폰트 모건(J.P. Morgan)이 전국 금융계 거물과 정치인을 모아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후 금융위기를 타개할 조직으로 국가금융위원회를 설립했고 이것이 연준의 기원이 됐다.

금융자본은 산업자본과 가계에 대출해 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이자를 받아먹고 산다. 채권자인 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대출금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므로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유통량을 줄여서 자신들의 자본을 보호한다.

이미 세계경제는 산업자본주의를 지나 금융자본주의로 진입한 지 오래되었다. 미국 은행자본의 정점에 연준이 있고, 이것이 세계 자본주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계획대로 단행할까?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의 출현으로 유럽과 미국이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또 다른 팬데믹 가능성 때문에 지난주 뉴욕과 유럽 증시, 원유,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폭락했다. 이 때문에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을 유예하거나 적어도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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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서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1.00%)는 연준의 기준금리(0.25%)보다 높아서 시간은 벌었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어려움을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도와야 한다. 그거 하라고 나라가 있는 것이다.

 

 

변영학<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군사학과 교수,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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