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 강대학 대구 달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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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3   |  발행일 2021-12-03 제20면   |  수정 2021-12-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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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학(대구 달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가 한 이 말은 흔히들 도시의 문제를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필요에 따라 확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인 모습을 갖추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산업화와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지만, 우리나라 도시들은 일제 강점기 속 짧은 근대화 과정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도성장의 가파른 변화를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근본적으로 부족한 도시 인프라와 허약한 산업구조 속에 대도시 주변으로 산업단지와 택지가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 것이다. 이렇듯 도시가 기형적인 팽창을 거듭하면서 도심의 기능을 갖췄던 이른바 원도심들과 새로이 건설되는 신도시가 불균형을 이루면서 도시민들의 삶에도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도시 속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다양한 흔적들이 사라지게 됐다. 이와 같이 우리의 도시재생은 선진 도시들과는 그 의미가 다소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경남 마산에서 열린 도시재생산업박람회는 전국에서 참여한 크고 작은 도시들이 도시재생에 얼마나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들 도시는 과거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는 등의 단순한 형태에서 지역의 문화적 가치들을 발굴하고 자원화하는 바람직한 형태의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고무적이다.

정부는 도시 쇠퇴에 대응한 물리적 환경개선과 역량강화사업을 통한 도시 생활 환경의 종합적 재생을 위해 △주거복지 실현 △도시경쟁력 회복 △사회통합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화두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았던 도미니크 페로는 "이번 비엔날레의 다섯 주제 중 하나는 '유산과 현대'라며 지금의 도시는 이전의 역사 속에서 물려받은 소중한 유산들이 있으며, 이제는 더 많이 짓기보다는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산과 현대'의 연결지점이 융합되도록 기존의 것을 보수하고 재생해야 한다"고 도시의 성장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에게도 많은 좋은 사례들이 있다. 가깝게는 사문진 주막촌, 마비정 벽화마을, 김광석 거리 등지에서부터 서울 을지로·익선동 등 쇠퇴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되살리는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이 그것이다. 재개발이 아닌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모여 사는 마을에는 그 지역만의 문화가 있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듣던 전설이 있고, 동네 이웃들이 모여서 즐기는 놀이 문화가 있고, 우리 지역만의 특별한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낡고 허물어져 가는 한옥들이 즐비하던 익선동은 한옥의 특성을 살린 젊은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통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이렇듯 도시재생은 그 도시만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발굴하고 되살려 자산화하는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써 그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쌓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도시로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일 것이다.
강대학(대구 달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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