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독도 파노라마 .24] 울릉도 산나물 (上)...이른 봄 쌓인 눈 뚫고 올라와 개척민들의 목숨을 이어준 '명이'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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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5   |  발행일 2021-12-27 제24면   |  수정 2021-12-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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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취나물농사<울릉군 제공>

일반적으로 울릉도 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오징어와 호박엿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호박엿과 오징어를 따돌리고 울릉도 청정 산나물이 울릉도 소득 작물 1위에 오른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산나물은 눈이 많이 오는 섬 특유의 지질, 기후와 맞물려, 이른 봄 눈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나 억세지 않고 부드러워 그 맛과 향이 아주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또 바닷바람 영향으로 산나물엔 병충해가 거의 없고, 독성도 없어 육지에서 먹지 못하는 것도 이곳에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많다.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물들이다.


강인한 생명력과 청정자연이 만나 울릉도에서 자라나는 모든 풀을 약초라고 부르는 이유 또한 여기 있다. 언 눈이 녹으며 자연의 물기를 머금은 먹음직스러운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울릉도의 봄은 참으로 맛깔나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산나물은 명이, 부지깽이(섬쑥부쟁이), 울릉미역취, 참고비(섬고사리), 전호, 땅두릅, 엉겅퀴, 삼나물(눈개승마) 등 10여 종이 넘는다.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산나물 가운데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명이나물과 취나물로 불리는 미역취, 부지깽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안평전_명이
명이나물<울릉군 제공>
◆명이(산마늘)
울릉도를 대표하는 명이나물은 구황식물로 산마늘을 울릉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예전 울릉도 개척민이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에 눈밭에서 자라 이른 봄 쌓인 눈을 뚫고 올라오는 명이나물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때부터 개척민들의 명(목숨)을 이어줬다 해 '명이'로 불리게 됐다. 명이나물은 눈이 많이 내리는 울릉도의 기후적 특성과 화산섬의 토질, 5월까지 쌓여 있는 눈으로 저온과 수분을 유지하면서 특수한 환경에서 자란다. 울릉도 명이나물이 육지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차별성을 지닌 이유도 이러한 서식환경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울릉도 명이나물은 저장성이 약하기 때문에 주로 간장 절임으로 가공해 육지로 판매되고 있다. 명이나물은 독특한 맛과 향, 풍부한 무기 성분과 비타민 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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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갱이 나물<울릉군 제공>


◆부지깽이(섬쑥부쟁이)
부지깽이는 섬쑥부쟁이를 일컫는 울릉도 방언이다. 50~150㎝까지 자라며, 8~9월에 걸쳐 하얀색 꽃이 핀다. 국화과에 속하는 부지깽이는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부지깽이나물의 종류는 많으나 어느 것이든 다 같이 먹을 수 있으며 튀김, 무침, 쑥부쟁이 밥, 된장국 등 다양하게 이용된다. 쑥갓 같기도 한 독특한 향기가 있어 입맛을 돋워 준다.


약용으로는 주로 호흡기 기능을 보강하는데, 인후염, 편도선염, 기관지염 등 주로 감기의 열을 내리거나 편도선염의 진해와 가래약으로 사용한다. 부지깽이는 비타민A·C가 풍부하고 단백질·지방·당질·섬유질·칼슘·인 등이 다량 함유된 산나물이다. 전초에는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고, 뿌리에는 '프로사포게닌'이 함유돼 있다.


미역취
미역취<울릉군 제공>
◆울릉미역취
울릉미역취는 취나물의 일종으로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식물이다. 미역취가 전국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울릉미역취는 미역취의 변종으로 울릉도에서 자생 또는 재배하고 있다. 주로 식용으로 쓰이는 울릉미역취는 고유의 향취가 있어 봄철 미역취의 잎과 줄기를 산채로 이용한다. 울릉미역취는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산나물 중 비타민A를 제일 많이 함유하고 있다.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뿐 아니라 호흡기와 시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약용으로는 감기·두통·진통·폐렴·황달 및 항암치료제로도 활용된다. 울릉미역취는 연간 3~5회 수확할 수 있는 작물로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관리나 병충해 방제 등의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나다.
박순덕 〈울릉군 지질공원 해설사〉 

정용태 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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