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문경새재에 철길이 열리면

  •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 |
  • 입력 2022-01-05   |  발행일 2022-01-05 제26면   |  수정 2022-01-05 07:16
충주에서 문경과 점촌까지
중부내륙선 남쪽구간 연결
문경서 연장해 신공항으로
경상좌도로 뻗는 옛길 복원
수도권 남부 물류확보 기회

2022010401000092800003681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지난 연말에 몇 군데 새로운 철길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내가 사는 포항을 기준으로 보자면, 경주 시내를 관통하던 동해남부선이 신경주역 쪽으로 이설되어 복선 철길로 거듭났다는 소식이 제일 반갑다. 안동까지 내려온 중앙선의 복선전철화가 영천까지 이어지면 기존의 경부선 KTX 말고도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루트가 생기는 셈이다. 사실 한 20년 전쯤 완성되었어야 할 구간이다.

영남 쪽에선 아직 관심이 적지만, 또 하나 주목할 소식은 충주에서 용인 근처까지 KTX가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서까지 가는 새로운 철길이 계획 단계에 불과해서, 언론 보도는 대체로 서울까지 두 차례 환승이 필요하다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부내륙선으로 불리는 이 철길의 남쪽 구간이 충주에서 새재를 넘어 문경과 점촌까지 이어지고 나면, 영남의 내륙 교통에서 그 함의는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인터넷으로 탐문해 보니, 중부내륙선은 기존 경북선의 개량과 연계하여 오랫동안 계획으로 남아 있던 김천에서 진주를 거쳐 고성-거제도를 잇는 새로운 철길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한반도의 오랜 교통로를 생각할 때, 이는 한양에서 광나루를 건너 장호원~이천~충주를 거쳐 새재를 넘은 뒤, 문경을 벗어나 낙동강의 오른쪽으로 이어지던 옛길의 복원을 뜻한다. 수도권과 경상우도를 잇는 이 지름길을 전제로 보면, 기존의 경부선과 경전선 철길은 돌아도 한참 돌아가는 길이 아닐 수 없다.

영남대로의 서쪽이 이렇게 복원된다고 할 때 맞은편 동쪽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한양에서 내려오는 방향에서 보면 문경에서 낙동강을 건너 팔공산맥 북쪽을 통해 경주와 울주까지 이어지는 옛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루트는 과거 안동으로 이어지던 경북선 철길이 영주를 거쳐 태백선으로 연결되면서 그 자취가 사라져 버렸다. 이를 되살려 영남의 내륙 교통을 활성화할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경북 중북부의 지도를 살피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두 곳의 핵심지점을 꼽을 수밖에 없다. 하나는 철길로부터 소외되어 덩그러니 놓여있는 안동과 예천 경계의 도청 신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어렵사리 군위로 옮겨가기로 결정된 대구경북의 통합신공항이다. 현재 통합신공항에 대해서는 신설되는 KTX 서대구역을 허브 삼아 팔공산맥을 관통하는 철도연결망이 계획되고 있다. 중앙선·대구선과 연결하는 영남 내륙 순환선을 고려한 포석이므로 환영할만한 방안이지만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오로지 대구만을 염두에 둔 듯한 이 철도 노선으로 과연 충분할까?

그보다는 오히려 영남대로 동쪽 즉 문경에서 낙동강을 건너 경상좌도로 내리뻗는 옛길을 복원하는 쪽으로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부내륙선 철길을 낙동강 너머로 연장하여 경북 도청 신도시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까지 연결하자는 말이다. 그러면 수도권의 내륙 교통과 영남의 내륙 교통을 하나로 통합해 수도권 남부의 여객과 화물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으로 끌어들일 기회가 열리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차제에 중부내륙선을 단선이 아니라 복선으로 건설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수도권과 영남 내륙을 직결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추풍령을 넘는 경부선이나 죽령을 넘는 중앙선은 사실 우회로들이다. 이동비용, 물류비용의 절감이 개인과 집단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시대에 접어든 마당에 두 지역을 직결하는 지름길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문경새재에 철길이 열린다기에 영남대로의 서쪽과 동쪽에 관한 해묵은 생각들을 꺼내 놓아 보았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