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SNS 아이디 빼앗는 '신종 학교폭력' 발생...경찰 "협박이나 강요로 볼 수 있어"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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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5   |  발행일 2022-01-06 제8면   |  수정 2022-01-06 07:29
아이디·비밀번호 알려주지 않으면 따돌리거나 보복 행위
뺏은 계정은 온라인 홍보업체에 건당으로 팔아서 돈 챙겨
도박·성매매 등 광고에 사용…불법신고 당하면 계정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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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구 북구 모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A씨는 지난달 아들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려다 당황했다. 아들 B군의 아이디가 정지돼 메시지를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초지종을 물었고, B군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B군은 "학교 선배의 요구로 카카오톡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아이디가 며칠 만에 정지를 당했다. 아이디 정지를 풀기 위해 고객센터, 통신사에 문의했지만 정지 사유조차 알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너무 화가 나서 학교에 전화했더니 아들 외에 다른 아이들도 유사한 피해를 당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변을 받았다"면서 "아이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한다든지 보복이 두려워 정보를 알려줬다고 한다. 최근 다른 학교 학부모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례가 한 둘이 아니었다"고 하소연했다.

SNS 계정을 빼앗는 신종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일 경찰, 교육계 등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SNS 계정 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부정한 일에 활용하는 이른바 'SNS 계정 뺏기'로 인한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금전적 이득을 위해 계정을 빼앗는다. 빼앗은 계정을 온라인 홍보업체에 판매하고 건당 일정 금액을 받아 챙기는 방식이다. 판매된 계정은 도박사이트, 성매매, 주식 투자 등의 광고에 사용된다. 불법 광고 행위로 신고를 당하면서 계정은 정지 처분을 받는다.

또 빼앗은 계정으로 부당 중고거래를 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물리적인 폭행이 없었다고 해도 SNS 계정을 뺏는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면 형법상 협박이나 강요로 볼 수 있다. 뺏은 계정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SNS 계정 뺏기는 사이버 폭력의 일종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2021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9.8%를 차지했다. 10명 가운데 1명이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인 셈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푸른나무재단은 2020년 기준 사이버 폭력을 당한 학생의 비율은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구청소년지원재단 관계자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해서 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고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이 사이버 공간과 연관되는 추세다"라고 했다.

한편, 신종 학교폭력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교육청은 공동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했다. SNS 계정 뺏기를 포함해 딥페이크(가짜 동영상) 등 새로운 유형의 학교 폭력의 사례를 취합해 관리하고 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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