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대구형 니트청년 지원사업 '주목'…구직·사회활동 '스톱' 청년세대, 취업의지부터 '스타트'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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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6 07:38  |  수정 2022-01-26 07:47  |  발행일 2022-01-26 제10면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청년들 성취감 느끼도록 유도
진로상담·가상 면접 등 호응
사회 재진입 용기도 북돋워줘

한국노동연구원의 '니트 현황 및 15~34세 인구 현황'에 따르면 2010년 134만4천여 명이었던 니트 청년은 2020년 기준 172만3천여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잠정치는 177만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고 비율로 보면 약 14.7%가 '니트 청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니트 청년은 단순히 실업자를 의미하는 용어가 아니다.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이나 학위 취득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청년층을 뜻한다. 또 취업을 했지만 적응을 하지 못하고 퇴직한 이들 가운데 니트 청년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0년부터 니트 청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구직활동이 더 어려워지면서 니트 청년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직단념 청년층 고립감 심화

이모(여·28)씨는 2020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부담감이 앞섰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경험하면서 더 위축된 생활을 했다. 구직을 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함은 깊어졌다.

다행히 이씨는 비구직 청년을 위한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이씨는 "멈추지 않고 노력을 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지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니트족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스스로 노력을 멈추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관계가 단절되기 더 쉬워져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채용시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구직 활동을 단념하는 청년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느끼는 고립감·우울감도 심화되고 있다. 니트 청년들은 사회관계 자체를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높아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구시청년센터가 시행한 '코로나19를 경험한 대구시 청년들의 정신건강 현황 연구'를 보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는 4.87로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자(3.95)보다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 취소 및 면접 연기'를 겪은 응답자는 40.6%로 나타났고 '취업 준비를 위한 학습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청년은 35.2%에 이른다. 무급휴직이나 해고, 합격 통보 후 취소 통보를 받는 등 일자리 불안정으로 인해 대구 청년의 상당수가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트 청년' 실태 파악도 어려워

니트 청년은 통상 '구직 니트'와 '비구직 니트' 구분한다. 비구직 니트의 경우 구직을 단념하고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을 의미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비구직 니트 청년의 비율이 전체 10.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비구직 니트 청년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외환 위기 영향이 컸던 2000년 당시 비구직 니트 청년 가운데 대학 졸업자 비율은 15.8%에 머물렀으나 2020년엔 32.4%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지만 니트 청년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쉽지 않다. 니트 청년들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를 시행해도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니트 청년에 대한 정의 및 범위가 공공기관·연구기관별로 달라 명확한 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기관별로 니트족의 비율이나 숫자가 다른 배경이다.

대구지역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개인마다 구직을 포기하는 이유나 상황이 천차만별이고 조사도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니트라는 표현을 오래 사용했지만 청년들을 부적응자 혹은 실패자로 보는 부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용어를 재정립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니트 청년'을 위한 청년수당, 청년도전지원사업 주목

정부와 지자체는 니트 청년의 사회진입을 돕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시작한 사회진입활동 지원금 사업, 이른바 '대구형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원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성취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유형은 크게 상담연결형, 진로탐색형, 일경험형 등 총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구시가 2020년 사업 참여자 1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시행한 결과 87%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대부분 진로 탐색, 취·창업 준비, 미래 설계 등 실질적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사업 참여 이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대구에서 취·창업을 하겠다는 의향이 있다고 밝힌 참여자의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비구직 니트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도 확대 시행된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사업으로 6개월간 취업 이력이나 직업훈련 참여 이력이 없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이 다시 취업에 대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단계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구시의 경우 지난해 월성종합사회복지관이 시범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달서구에 거주하는 청년 250명을 대상으로 개별·집단상담, 진로 탐색, 자기소개서 작성 훈련, 가상 면접 등을 진행했다. 전체 95%가 넘는 238명이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참가자가 대다수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이뤘다.

박종호 대구청년도전사업본부장은 "단순히 직업교육의 차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니트족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역의 니트 청년들이 사회에 재진입하는데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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