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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훈 라일락뜨락1956 대표가 카페에 오는 손님과 지인에게 나눠 주기 위해 쓴 입춘첩이 카페 문 앞에 붙여져 있다. 보랏빛 꽃이 핀 수령 200년 된 라일락 나무를 표현한 입춘첩이 인상적이다. |
한옥카페 '라일락뜨락1956'(대구 중구)의 권도훈 대표가 지난달 23일부터 입춘 전날인 지난 3일까지 '이상화나무'를 모티브로 한 입춘첩 200여 점을 써서 카페에 오는 손님과 지인에게 나누어 줬다. 권 대표의 입춘첩 나누기는 10년이 넘었다.
라일락뜨락은 이상화 시인의 생가 터이자 그의 형인 독립운동가 이상정이 살았던 공간이다. 1956년에 지은 근대 한옥은 폐가로 남아 있다가 2018년 권 대표가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마당에 자리 잡은 라일락(수수꽃다리) 나무는 수령이 200년가량 된 것으로, 권 대표가 '이상화나무'라고 이름 짓고 할아버지처럼 섬기고 있다.
권 대표의 입춘첩은 라일락뜨락을 운영하면서 글씨가 달라졌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절규한 이상화 시인의 모습을 지켜봤을 200살 라일락 나무를 글씨에 담았기 때문이다. 보라색 꽃이 곱게 피어 있는 한글로 쓴 입춘첩을 받기 위해 부산과 경남 거창 등 외지에서도 라일락 뜨락을 찾고 있다.
입춘첩을 받은 권숙희씨(대구)는 "한글로 쓰였다. 예술적으로 썼다. 마음에 꽃이 핀 듯하다"며 "한자로 익힌 입춘(立春)의 의미는 알고 있으니 한글로 써도 좋을 것 같다. 꽃까지 그려져 있어 환한 봄빛을 선물 받은 듯하다. 올해 입춘첩 붙이는 시각이 오전 5시 51분인데 알람을 맞춰 놓고 붙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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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훈 라일락뜨락1956 대표가 입춘첩을 쓰고 있다. |
입춘첩을 나눈 후 마음이 담긴 선물이 수북하게 쌓인 것을 본 권 대표는 내년부터 '입춘첩 성금'을 모아 좋은 일에 쓰이도록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권 대표는 "코로나 강점기다. 이런 때 절기의 시작을 찾아 작은 의식이지만 염원을 담아 글자를 써서 나누니 모두들 '봄'을 맞아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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